4.10 총선 100일 전, 전망 포인트 | ② 신당은 성공할까

당대표들의 '반란' … "윤석열·이재명 극단화, 신당바람 키운다"

2023-12-28 11:14:46 게재

이낙연·이준석 신당, '미래' 내세워 차별화 시도

"공천 과정서 이탈 여지 … '이이 연대' 가능성도

20~30%대 정치 저관여 그룹인 '무당층'에 호소

대안 찾는 거대양당 지지층의 표심 흔들지 주목

선거용 '신당', 총선 때마다 나타났다 … 대부분 거대양당 주류에 '반기'

거대양당에 맞선 외부 바람은 정주영 '통일국민당', 안철수 '국민의당'뿐

기존 정당에서 이탈, 소수 의석 얻어 … 총선 후 지리멸렬, 1회성 그쳐

내년 4.10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지지층만 바라보는 거대 양당의 행태에 반기를 든 신당이 잇달아 나타날 전망이다. 신당 기대감은 극단적인 거대 양당 구조 불만에서 시작했다. '새로운 바람'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사표방지를 위해 거대양당을 선택하는 등 신당이 설 자리는 그리 넓지 않았다.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게 '안철수 바람'이 휩쓴 2016년 국민의당이었다.

손 흔드는 이낙연·정세균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4일 저녁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거룩한 기다림'의 밤 행사에 참석,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신당의 영향력에 따라 내년 22대 총선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당락을 구분 짓는 표 차이가 크지 않아 이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연 국민의힘에서 나온 이준석 신당이나 민주당에서 나올 것으로 보이는 이낙연 신당이 성공할 수 있을까. 깃발을 꽂은 두 인사가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 당대표를 지낸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미풍에 그칠 것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28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2월 12~1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당층이 24%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지난 9월엔 30%대까지 늘어나 있었던 무당층이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줄어드는 모습이다.

실제 무당층은 발표된 수치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정당을 질문할 때 '모름'이나 '없음'인 경우 "본인 성향은 어느 정당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느냐"거나 "조금이라도 더 호감이 가느냐"고 다시 묻는데 이때에도 '모름'이나 '없음'으로 답해야 무당층으로 분류된다. 첫 질문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유권자를 무당층으로 본다면 그 비율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무당층은 적지 않았다. 지난 총선인 2020년 1월 무당층 비율은 28%, 2월과 3월엔 29%였다.

하지만 제3 정당은 무당층보다는 기존정당에서 이탈표를 만들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제 3정당인 국민의당이 나온 2016년에도 무당층이 20~30% 존재했다. 국민의당이 무당층보다는 민주당측 지지율을 빼앗아 간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새누리당 지지율이 40%대까지 오르내렸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20% 안팎, 국민의당 지지율은 10% 안팎을 기록했다. 실제 총선에서도 민주당 텃밭이었던 호남 중심으로 득표, 30석 이상을 확보했다.

◆제3 신당, 거의 매 번 있었다 = 제 3당은 2가지 방법으로 이뤄졌다. 기존 거대정당에서 나와 창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총선을 앞두고 나왔고 한번 총선을 치른 후 사라진 게 대부분이었다. 14대(1992년) 박찬종의 신정치개혁당은 1석, 16대 총선(2000년)때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조순의 민주국민당은 2석을 얻는데 그쳤다. 한나라당과 거리를 두며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은 3김 시대를 풍미한 김종필 총재 이후 나온 '제2의 자민련'으로 이회창, 심대평이 이끌었고 18대 총선(2008년)에서 18석을 얻었다. 한나라당에서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끈 친박연대는 14석을 확보했다.


외부에서 바람을 몰고 정치권에 들어와 새로운 정당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정주영 현대 회장이 14대 총선(1992년)에 앞서 1991년말에 통일국민당을 창당했고 31석을 얻었다. 안철수 바람의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었다. 신당 중 총선을 두 차례 치른 곳은 자유선진당과 국민의당이 전부였다. 그러고는 사라졌다.

다만 민노당(17대, 10석), 통합진보당(19대, 13석), 정의당(20대 6석, 21대 6석) 등 진보정당이 3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낙연과 이준석, 그리고 금태섭과 양향자 =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낸 '이준석 신당'(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이 내년 1월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금태섭 신당'이나 '양향자 신당'은 독자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의 공통점은 신당의 깃발을 당대표를 지낸 인사들이 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당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출발점이었다.

따라서 이들이 확보할 표심은 기존 정당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무당층은 정치 저관여층이기 때문에 실제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오히려 신당의 경우엔 기존 정당에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지지하고 있는 층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택지가 없어 거대양당 지지층으로 분류된 '느슨한 지지층'들이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신당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신당이나 이준석 신당에 현역 국회의원 등 동참세력이 약하고 지역거점도 없다는 점에서 성공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현재와 같은 '지지층 중심'의 행보를 이어가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마저 차별화에 실패할 경우엔 총선에 가까워올수록 당내 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대양당의 당대표였던 인물들이 나와 신당을 만든다는 것은 가볍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 "현재는 미풍으로 느껴지지만 거대양당에서 극단적으로 갈수록 염증을 느낀 표심들이 이동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했다.

거대양당의 공천이 진행되는 시점이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공천이 '공정'과 '정의'에 맞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엔 이탈 분위기에 불이 붙을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의 결합이나 연대, 합당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이 연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태섭 신당, 양향자 신당 뿐만 아니라 정의당에서 이탈한 세력까지 제3지대에서 모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미래가치를 지향하는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가 하나로 규합해 제 3지대 정당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아직 이 전 대표측에서는 머뭇거리고 있지만 같은 지향점이 있는 만큼 손을 안 잡을 이유도 없다. 그럴 경우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거대양당이 변화없이 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을 고수할 경우엔 제3지대의 영토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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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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