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미래 정치로 초대하겠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가칭 개혁신당 창당 선언
'30대 당대표' 정점 올랐지만 주류 세력과 갈등 겪어
"'바보야, 중요한 건 미래야'라고 말하는 것 같더라." 가칭 개혁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준석 전 대표의 27일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 정치권 관계자의 논평이다. A4지 6장을 빼곡히 채운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문에서 '미래'라는 단어는 제목까지 합쳐 모두 스무 번 등장했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모두를 미래의 정치로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이 3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서울 노원병 지역구의 한 숯불갈빗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회견 내내 '미래'를 강조했다.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그리고 기존 정치권을 '과거'로 보고, 자신과 신당 그리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싹을 틔우려 하는 제3지대를 '미래'로 규정한 셈이다.
'과거'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 전 대표는 "대선이 끝난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의 대립과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돼야 하느냐"고 사정정국으로 국정을 이끈 윤 대통령을 조준했다. 이어 "선출되지 않은 누군가가 모든 유무형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모습, 그 사람 앞에서 법과 상식마저 무력화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라며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국정농단 사태 때의 최순실에 빗대어 겨냥했다. 또 "지금도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위기 속에서도 상대를 악으로 상정하고 청산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시민들을 이끌려 한다"며 전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공식 취임하며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내세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조준했다. 상대방을 '빌런(악당)'으로 만드는 기존 정치는 이제 생명이 다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같은 과거의 정치 행태를 보름달에 비유하며 "보름달은 항상 지고, 초승달(미래를 이야기하는 정치)은 항상 차오른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기존 거대 양당 정치가 아닌 제3의 길을 선택한 이 전 대표가 '한국의 마크롱'이 될 수 있느냐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가 떠오를 때마다 정치권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거론되곤 했다. 2017년 프랑스에선 기성 정당이 아닌 신생 정당의 후보 마크롱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고, 거대 양당에 대한 염증이 극에 달한 당시 프랑스와 현재 한국이 비슷하다는 분석이 따라붙곤 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만드는 신당이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 전 대표가 '한국의 마크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거론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미래 거론도 좋지만 자신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정치 입문 10년 만에 '0선 30대 당대표'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성접대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 등으로 사상 초유의 당대표 징계라는 파동을 겪으며 국민의힘 내에서 입지를 잃었다. 여기에는 이 전 대표와 당내 주류(친윤석열계)의 갈등도 배경이 됐지만 이 전 대표 특유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반감도 한 몫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큰 정치인이 되려면 일단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면서 "(당을 떠나게 된) 본인의 책임은 과연 무엇인가를 국민들한테 허심탄회하게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나는 이런 것들을 극복하겠다, 그다음에 국민의힘이 무엇이 잘못되었다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