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100일 전, 전망 포인트 | ③ 기득권 누가 잘 깨나

'86중진'·'영남중진' 지도부도 '혁신 대상' … 여야 '동병상련'

2023-12-29 10:16:18 게재

민주당, 50세 이상·3선 이상 38명 … 국민의힘, 3선이상 영남 중진 16명

공천파동 차단 주목 … "세대교체 후 들어올 새로운 인물로 유권자 평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혁신경쟁이 시작됐다.

가장 큰 관심은 '기득권과의 전쟁'이다. 하지만 기득권 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안에서는 '86세대'가, 국민의힘에게는 '영남 중진'이 기득권 대표주자이면서 지도부를 맡고 있으며 혁신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핵심은 공천 파동을 차단한 공천혁신 능력과 그 대안으로 들어올 새로운 인물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김진표 국회의장 예방 |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29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298명 중 3선이상 중진이 27.8%인 83명이다. 재선은 69명(23.2%), 초선은 155명(52.0%)이다. 연령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5.4%인 16명이다. 50대와 60대는 각각 121명, 131명으로 40.6%, 44.0%를 차지하고 있다. 30대는 6명으로 2.0%, 40대는 24명으로 8.1%다.

◆비정치인 출신 한동훈, 실력·자세·헌신·용기 등 공천기준 제시 = 검찰출신으로 '정치초보'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보다는 내부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내부 혁신의 핵심은 '공천 혁신'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불출마' 선언한 것은 그 신호로 읽힌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공천 혁신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인다"며 "지역구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역시 나가지 않기 한 만큼 다른 의원들에게도 백의종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민주당의 '86세대'를 겨냥하며 특권정치 청산을 요구한 잣대는 국민의힘 내부 기득권에도 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수 십 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며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운동권 특권정치를 대체할 실력과 자세를 갖춘 사람들',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께 헌신할, 신뢰할 수 있는, '특권의식 없는 분들'만을 국민들께 제시하겠다"며 공천기준을 제시했다. "정치인이나 진영의 이익보다 국민 먼저"라며 "선당후사 안 해도 된다. '선민후사'해야 한다"고 제시한 대목도 눈에 띈다. '국민의힘' 대신 '국민'을 강조하며 '파격적인 공천'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는 "용기와 헌신"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공천 혁신의 첫 타깃은 보수진영의 텃밭인 영남의 중진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의힘의 영남 의원은 56명이며 이중 3선 이상 중진은 16명이다.

◆민주당 선출직 평가, 공천 변화 출발점 = 민주당은 경선을 원칙으로 하는 시스템 공천 때문에 공천을 통한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 의원중 50세이상이면서 3선이상인 중진은 38명이다.

친명계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의 공천시스템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경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공천혁신을 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가장 먼저 쓸 수 있는 게 선출직 평가"고 했다. 선출직 평가결과 하위 10%와 20%에 속한 의원에게 30%, 20%씩 감점조항을 적용하고 전략공천권 등을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86세대 교체론'에 대해서는 내부 조율을 통해 불출마 등 결단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의 중진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86세대들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며 "지역구관리가 잘 안된 현역이라면 당연히 교체가능성이 높겠지만 중진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탈락시키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내년 1월말이나 2월로 넘어가서 경선이 이뤄질 때쯤엔 어떤 식으로든 86세대 등의 퇴진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교하고 스마트한 공천, 가능할까 = 하지만 거대양당의 기득권그룹을 교체하기는 정교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영남중진과 86세대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고 상임위원장 등 중책을 맡고 있는 등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공천 파동'으로 이어지거나 '분당 또는 신당으로의 이탈'을 부추길 수도 있다. 특히 3선 이상의 중진인 경우엔 지역구를 탄탄하게 관리했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혁신공천이 '중진 쳐내기'로 비쳐질 경우엔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와 관련 '정교하고 박력있는 리더십', '정교하고 박력있게 준비된 정책'을 제시하며 '정교하고 빠른' 혁신을 예고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나 "혁신 경쟁을 선도해달라"며 "공천은 매우 스마트하고 나이스하게 진행해 공천 과정에서 분열 양상이 없게 해야 한다"고 했다.

혁신과 함께 등장할 '새로운 인물' 역시 혁신 성공을 판가름하는 주요 요인이다. 박명호 교수는 "정책이나 인재영입으로 유권자에게 변화나 혁신을 보여주기는 어려운 국면"이라며 "결국 공천과정에서의 혁신을 보여줘야 하는데 남아있는 카드는 세대교체"라고 했다. 그는 "세대교체도 힘들 뿐만 아니라 그 세대교체한 자리에 누구를 공천할 것이냐는 메시지와 철학도 중요하다"며 "결국 인사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2월 중순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공천과정과 결과를 놓고 결국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어떤 인물로 채울 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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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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