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얇아진 지갑, 이유 있었다
월급 찔끔 오를 때 먹거리 물가는 6배 더 올랐다
전체 가구 가처분소득 1%대 겨우 올라
실질소득으로 따지면 사실상 뒷걸음질
전체 물가 3.6%, 먹거리 물가 6.8% ↑
작년 한해 생활이 왜 고달팠느냐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소득은 찔끔 올랐는데 물가는 고공행진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먹거리는 물가는 소득 상승률의 6배를 넘어섰다. 전체 소비자물가도 3배 이상 더 올랐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6.8%로 전체(3.6%)의 1.9배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6.0%로 1.7배로 조사됐다. 이는 가공식품·외식 등 먹거리 물가 부담이 다른 품목에 비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특히 외식 물가는 2013년부터 11년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7.7%)보다 소폭 둔화했지만 2022년을 제외하면 1994년(6.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천정부지 먹거리 물가 = 가공식품 상승률도 2년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2022년(7.8%)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8.3%)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해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36개가 전체 물가 상승률(3.6%)을 웃돌았다.
품목별 상승률을 보면 피자가 11.2로 가장 높았고 햄버거(9.8%), 김밥(8.6%), 라면(외식)(8.0%), 오리고기(외식)(8.0%), 떡볶이(8.0%), 돈가스(7.7%), 삼계탕(7.5%), 소주(외식)(7.3%) 등 순이었다.
자장면(7.2%), 비빔밥(7.2%), 해장국(7.1%), 맥주(외식)(6.9%), 구내식당 식사비(6.9%), 냉면(6.9%), 김치찌개 백반(6.4%), 칼국수(6.1%), 설렁탕(6.0%) 등의 가격 상승세도 높았다.
가공식품 세부 품목 73개 중에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한 품목은 57개로 전체의 78.1%를 차지했다.
드레싱이 25.8%로 가장 높고 이어 잼(21.9%), 치즈(19.5%), 맛살(18.7%), 어묵(17.3%) 등 순이었다.
설탕(14.1%)과 소금(13.0%), 커피(12.6%), 아이스크림(10.8%), 우유(9.9%), 빵(9.5%), 생수(9.4%), 두유(9.3%), 라면(7.7%) 등 평소 서민들이 자주 찾는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체(3.6%)를 밑돌았지만, 과실 물가 상승률은 9.6%로 치솟았다. 사과가 24.2%로 가장 높았고 귤(19.1%), 복숭아(11.7%), 파인애플(11.5%), 딸기(11.1%), 참외(10.5%)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채소(4.8%) 중에서는 생강(80.2%)과 당근(29.0%), 파(18.1%), 양파(15.5%), 오이(13.7%), 부추(13.5%), 상추(9.5%) 등의 부담이 큰 편이었다.
◆물가 못따라가는 소득 = 이처럼 높은 먹거리 물가 상승률에 비해 소득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1∼3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평균 393만1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늘었다. 4분기 소득이 남아 있지만 증가율이 큰 차이를 보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나 세금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을 뜻한다.
저소득층의 먹거리 부담은 더 컸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소득 하위 20%(1분위)의 가처분소득은 평균 90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9% 늘었다. 2분위는 220만3000원으로 0.3% 증가에 그쳤으나 3분위는 1.7% 늘었고 4분위는 2.1%, 5분위는 0.8% 각각 증가했다.
이 때문에 가구당 실질소득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 가구당 명목 소득 증감률은 1분기 4.7%, 2분기 -0.8%, 3분기 3.4%를 기록했다. 그러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1분기 0%, 2분기 -3.9%, 3분기 0.2%를 기록했다. 전체 실질소득은 후퇴한 셈이다.
[관련기사]
▶ 서민·자영업자 올해가 더 힘들다
▶ [2024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 "상반기 민생경기 고비, 영세소상공인 20만원씩 전기료 감면"
▶ 올해도 높은 기준금리(연 3.50%) 장기간 동결 가능성
▶ 소상공인 금융부실 현실화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