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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립형 회귀 부담' 민주당, '연동형+비례연합정당' 적극 검토

2024-01-04 11:07:25 게재

약속 명분 지키며 내부갈등 봉합 … 조국·이낙연·이준석 신당 원심력 차단

진보야당·시민단체 강력 비판도 부담 … 확정 시기 2월말~3월초로

'어차피 위성정당' 비판 최소화 전략 … "비례연합정당 후보 선정 관여"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도 선택권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병립형 회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멋지게 질 수 없다'는 민주당 지도부 역시 '병립형 회귀 불가피론'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 의총 옆 정의당 집회 |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 등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장 옆에서 선거제 관련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하지만 병립형 회귀에 반발하는 당내 의원과 당원그룹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당 창당'의 빌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정의당 등 진보진영 야당과 함께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선거운동 중 '약속을 위반한 거짓말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게 뻔하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소수정당과 함께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대선때의 약속 준수와 다당제 추구라는 명분을 지키면서도 비례 의석이 민주당과 거리를 두고 있는 신당에 쏠리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봤다.

4일 민주당 지도부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지역구의 모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면서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 일부 있더라도 총선이후에도 정책연대를 같이 할 수 있는 정당들과 함께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병립형으로 되돌리고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기됐지만 이럴 경우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신당의 원심력이 커질 수 있다"면서 입장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병립형 회귀, 민주당 안팎서 반발 = 병립형 회귀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이탄희 의원이 의원직을 내놓으면서 병립형 회귀 반대 의견을 내놨다. '위성정당 차단' 법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이 75명에 달했다. 이 법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다는 전제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명계로 불리는 혁신계 4인방과 '잠룡'인 김동연 경기도지사, 손학규 전 대표가 '연동형 고수'와 '병립형 회귀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탈당과 신당 창당의 한 이유로 '병립형 회귀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 바깥의 비판 강도도 작지 않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병립형 회귀는 국민 배신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유린"이라며 "민주당은 또다시 국민의힘과 기득권 담합의 손을 잡을 것인지, 정치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과 손을 잡을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주권·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한 개헌국민연대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는 선거제도의 퇴행으로, 이를 주장하는 국회는 더 이상 국민이 용서하기 어렵다"고 했다. 2024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연동형 비례제 확대로 나아가기는커녕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검토하며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려는 더불어민주당의 뻔뻔한 행태에 분노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병립형 비례제 회귀 논의는 이 사회의 소수자의 목소리가 국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장벽을 세우는 것이며, 거대 정당들의 공고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져버리는 일"이라고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거대 양당용' = '윤석열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해 (연동형 비례제 고수, 위성정당 거부)약속을 깰 수도 있다'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수록 '이낙연 신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민주당 이탈과 신당 창당 에너지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민주당 내부 분열로 비쳐지면서 총선 전체 구도를 망가뜨릴 단초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면서 석패율제와 함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는 민주당의 의도에 대해서도 '양당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은 봉쇄 조항을 사실상 8%로 올리는 효과가 있는 권역별 병립형 개악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미명으로 분칠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영남과 호남에서 거대양당이 일정규모의 비례대표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구도 타파' 방안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주장하던 제도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와 같이 결국 거대양당의 집중도만 높일 뿐 다당제는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이 방안을 국민의힘 내부에서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아 수용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연동형 유지의 조건 = 민주당이 4년 전 4개의 소수정당과 손잡고 통과시킨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위성정당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게 된다. 민주당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례정당 창당 작업을 하는 쪽에서 민주당과 같이하자는 제안들이 있었다"며 "그런 세력들과 어떠한 형태든 연합 비례정당을 만들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당은 물론이고 다른 쪽 분들도 지금 현재 신당 작업이나 소위 비례정당 창당 작업이 곳곳에서 있는데 이런 쪽에서 민주당과 연합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을 만들면 위성정당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겠지만 4년전 위성정당에 비해서는 비판 강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례연합정당은 선거 이후 다시 정당별로 흩어져 각 정당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게 돼 있어 다당제를 만드는 데 상당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한편으로는 민주당과 함께 22대 국회에서 정책 공조를 도모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성정당과 달리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민주당은 진보진영의 소수정당들과 힘을 합치고 참여하는 비례후보들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이후 정책공조에 대한 엄밀한 협약도 체결할 에정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비례연합정당을 하게 되면 4년전과 같이 후보선정을 방치하는 게 아니라 22대 국회에서 정책 등을 같이할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하도록 관여하게 될 것"이라며 "총선 이후의 정책공조에 대한 부분도 꼼꼼히 따져 놓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선거제 결정시기를 최대한 늦출 예정이다. 선거제도 논란이 빨리 불붙을 경우 내부 분열과 함께 신당 추동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선거제도는 공천이 가까워오는 시점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2월말이나 3월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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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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