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대출 거래조건 담합 혐의
공정위 '수천억대 과징금·법인 고발' 심사보고서
"담보대출 담당자, 수시로 만나 대출조건 짬짜미"
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담합한 혐의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의 담합 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에는 4대 은행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의견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4대 시중은행들이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담보대출 업무를 하면서 거래조건을 짬짜미해 부당 이득을 취득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에 필요한 세부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고객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대출 조건이 설정되지 않도록 담합을 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조사과정에서 은행 담보대출 담당자들이 수시로 만나 거래조건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과징금 액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은행들이 담보대출로 벌어들인 이득이 상당한 만큼 혐의가 인정되면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담합 사건의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는 담합의 수준과 부당이득 규모 등에 따라 1~3%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만 지난달 말 기준 845조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부동산 등의 담보대출까지 따지면 전체 담보대출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공정위가 은행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한 것은, 은행이 이런 식의 담합행위를 사실상 방조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사건의 조사는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 경쟁 촉진 대책 마련'을 지시한 뒤 본격화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분야는 민간 부문에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공정위는 윤 대통령의 지시 직후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NH농협 등 6대 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대출 업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해 6월에는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 대한 추가 현장 조사도 진행했다.
다만 조사 초기 일각에서 제기됐던 '대출 금리 담합' 의혹은 이번 심사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2월 현장 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도 최종 제재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4대 은행들의 의견 등을 수렴한 뒤 제재 여부를 논의할 심의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최종 제재 여부는 공정위원 9명이 참여하는 전원회의에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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