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으로 본 윤석열정권 위기 | ① 국정지지도

MB(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지지도 바닥권' … 반등? "MB처럼 국정기조 바꿔야"

2024-01-08 11:04:18 게재

윤 대통령-MB, 임기 초 잇단 악재에 지지도 바닥권 전락

독선 비판 받던 MB,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로 반전 성공

국정기조 변화 요구 받는 윤 대통령 '야당과의 전쟁' 고수

윤석열 대통령의 위기가 길어지고 있다. 임기 2년차가 마무리 될 시점인데, 국정지지도가 3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윤 대통령 대선 득표율(48.56%)에 훨씬 못 미친다. 지지도 부진은 국정운영에 힘이 붙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힘 없는 국정운영은 국정실패의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부진한 지지도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임기초와 '판박이'다. 지지도 부진에 시달리던 이 전 대통령은 임기 2년차에 '국정기조 전환'이란 승부수를 던졌고, 지지도는 반등했다. 임기 중반을 앞둔 윤 대통령도 더 늦기 전에 승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골든타임 허비 = 윤 대통령은 임기 1년차 1분기(50%)를 제외하곤 줄곧 20∼30%대 지지도(한국갤럽, 2023년 월별·연간 통합자료,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머물고 있다. 대통령 지지도는 절대적 기준은 없지만, 40%대에 못 미치면 정상적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게 일반론이다. 김영삼·김대중·박근혜·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2년차까지는 40%를 넘는 지지도를 기록하면서 각종 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임기 2년차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30%대 지지도에 갇히면서 윤 대통령이 공약한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도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골든타임을 거의 허비한 셈이다.

윤 대통령 지지도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닮았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을 자초하면서 지지도가 급락했다.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했다가 '불통'과 '독선'이란 낙인이 찍혔고, 지지도는 임기 2년차 3분기까지 20∼3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초 △G20 회의 유치 △아랍에미레이트 원전 수주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등 국정성과를 냈지만, '불통'과 '독선'의 낙인을 지우지는 못했다.

◆'친서민 중도실용주의' 선언 = 이 전 대통령이 반전에 성공한 건 임기 2년차 중반에 선언한 '국정기조 전환' 덕분이라는 해석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2년차인 2009년 6월 22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중도실용은 무슨 거창한 이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갈등하며 분열하지 말고 국가에 도움이 되고 특히 서민과 중산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우리의 마음을 모으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서민 중도실용'을 중심에 놓고 국정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부자'와 '보수'에 편중됐던 국정기조를 '서민'과 '중도'로 바꾸겠다고 선언하자, 민심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기 2년차 4분기에 47%를 기록하면서 반등에 성공한 지지도는 임기 3년차까지 40%대를 유지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 엑스포 유치 실패 담화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기존 국정기조 '고수' = 윤 대통령은 임기 2년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야당과의 대결 △좌우간 이념전쟁 △과거정권 적폐 청산 △미국·일본 중심 외교 △여당 비주류 배척 △검사 중용 인사 △수직적 당정관계 등을 국정기조로 고수해왔다.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대한 민심의 비판적 평가가 30%대 지지도로 나타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도 국정기조를 바꿔야 할 때"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전 대통령이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로 국정기조를 전환하면서 지지도 반등을 꾀한 것처럼 윤 대통령도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재차 선언했다. 야권과 진보세력을 겨냥한 공격적인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 윤 대통령은 자신의 '아바타'로 불리는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을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웠다. 한 위원장은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되풀이 했다.

◆승부수 던질 시점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명박정부 때는 미국산 쇠고기수입 논란이 초래한 촛불집회라는, 명확하게 대중이 반발한 사안이 있었다. 정부가 이 사안을 놓고 물러서면서 (국정기조를) 전환하자, 비교적 수월하게 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촛불집회로 표현된 성난 민심을 수용하면서 국정기조를 바꾸자 등돌렸던 민심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과 달리 '동시다발 위기'에 봉착한 윤 대통령으로선 '결단'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처럼 미국산 쇠고기수입 논란이란 '단수 위기'에 처한 게 아니라,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의 '동시다발 위기'에 처해 있다. 단순히 야당과의 협치를 선언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풀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순차적으로라도 국정운영 기조 전환이란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의 골든타임'은 이대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민심으로 본 윤석열정권 위기" 연재기사]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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