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으로 본 윤석열정권 위기 | ② 캐스팅보트 지지도

윤석열정권 만든 '이대남(20대 남성)·중도층·서울' 다 떠났다

2024-01-09 10:33:34 게재

윤 후보, 20대 남성 58.7% 중도층 44.7% 서울 50.5% '선전'

역대 보수후보보다 높은 지지율 … 2년만 20∼30%대 '추락'

"수도권 민심은 방기한 채 절대적 지지층의 응원에만 안주"

대통령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로는 대표적으로 20대와 중도층, 서울이 꼽힌다. 이념적 편향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에서 20대 남성과 중도층, 서울은 '윤석열 후보'에 무게를 실었다. 윤 후보는 역대 보수정당 후보에 비해 캐스팅보트에서 높은 지지를 얻어 이재명 후보를 눌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지 2년도 안된 지금, 캐스팅보트가 전부 윤 대통령 곁을 떠난 모습이다. 윤 대통령 곁에는 고정지지층만 남았다. 1/3 권력으로 전락한 셈이다.

◆대선 1등 공신 캐스팅보트 = 거대여야는 보수층-진보층, 60대 이상-30·40·50대, 영남-호남이란 고정지지층을 등에 업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승패는 여야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 선거 때마다 표심을 읽기 어려운 캐스팅보트(20대·중도층·서울)에서 갈리기 일쑤였다. 캐스팅보트는 선거마다 다른 선택을 통해 판세를 좌우하곤 했다. 여야가 캐스팅보트 표심을 잡기 위해 다걸기하는 이유였다.

2022년 대선에서 윤 후보는 '캐스팅보트 전쟁'에서 선전하면서 승리를 쟁취했다.

거부권 남발 규탄 |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거부권거부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긴급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KBS·MBC·SBS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윤 후보는 20대 남성에서 무려 58.7%를 얻어 이 후보(36.3%)를 압도했다. 여야 후보가 접전을 펼쳤던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20대 남성에서 62.2%를 얻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37.3%)를 눌렀다. 10년만에 보수정당 출신 윤 후보가 이대남(20대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다.

윤 후보는 좌우와 거리를 둔 중도층에서도 선전했다. 44.7%를 얻어 이 후보(50.9%)에 육박했다. 역대 보수정당 후보는 중도층에서 상당한 격차로 밀리기 일쑤였다.

윤 후보는 보수정당 후보의 무덤으로 불리는 서울에서도 약진했다. 윤 후보는 서울에서 과반을 넘는 50.5%를 얻었다. 이 후보(45.7%)를 비교적 큰 차이로 눌렀다.

결국 윤 후보는 캐스팅보트의 선전을 발판 삼아 이 후보를 0.73%차로 이겼다. 정치경험이 없었던 검찰총장 출신 윤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 건 20대 남성과 중도층, 서울의 지지 덕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완전히 돌아선 20대 남성 =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 2년이 채 안된 요즘, 윤 대통령 곁에서는 캐스팅보트의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20대 남성과 중도층, 서울이 윤 대통령 곁을 떠난 것이다.

한국갤럽 지난해 12월 통합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31%에 그쳤다. 20대 남성(23%)과 중도층(20%)은 더욱 비참한 수준이다. 서울은 32%로 그나마 평균치와 비슷했다.

대선에서 윤 후보를 압도적으로 밀었던 20대 남성의 경우 윤 대통령 취임 직후(한국갤럽 2023년 월별·연간통합)에도 60% 지지도를 기록했지만 이후 급락하면서 20∼30%대를 면치 못했다. 이념적 편향성이 약한 중도층은 취임초 47%가 지지했지만, 이후 20%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서울 민심도 취임초에는 50%까지 지지하다가 이후 급락세를 타면서 30%대에 갇힌 모습이다.

올해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갑 출마를 선언한 3선 출신 김영우 전 의원은 8일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우리 당에 기회를 준 중도와 합리적 보수, 청년층의 마음을 잃었다. 당정 관계에서부터 당내 소통, 혁신 의지가 왜곡되고 부재했다. 수도권의 민심은 방기한 채 절대적 지지층의 응원에만 안주했다"고 진단했다.

◆"1년 이상 설득해야" = 윤 대통령 곁을 떠난 캐스팅보트를 돌아오게 할 수는 없을까.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는 20대 남성을 겨냥한 유인책일 수 있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다는 평가다. 여권은 수도권 표심을 의식해 '김포 서울 편입'을 띄웠지만, 이 역시 효과는 미지수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야당과의 대결 △좌우간 이념전쟁 △과거정권 적폐청산 △미국·일본 중심 외교 △여당 비주류 배척 △검사 중용 인사 △수직적 당정관계 등 국정기조가 유지되면서 20대 남성과 중도층, 서울 표심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20대 남성의 지지를 얻은 건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라 이준석 전 대표가 대선 훨씬 전부터 꾸준히 (20대 남성) 표심 공략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캐스팅보트 표심을 잡기 위해선 1년 이상 타깃 정책을 앞세워 인내심 있게 설득해야 한다. 총선이 내일모레인데, 여권으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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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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