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에서 도마 위에 오른 '외국기업의 고액 월세 로비 의혹'

2024-01-11 15:11:50 게재

조태용 국정원장 후보자, 미국 도감청 무마 의혹 재부상

음주운전 무징계·8억 증여세·3부자 보충역도 논란

민주당 "자료 제출 거의 안 해 의심할 수 밖에" 비판

후보자측 "대통령 탄핵으로 퇴직한 후보자엔 로비, 이치 맞지 않아"

조태용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물 밑에 가라앉아 있었던 미국의 도감청을 무마한 의혹과 미국 석유기업에게 집을 빌려주고 고액 월세를 받았다는 의혹이 재부상했다.

10일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조 후보자가 미국 대기업 엑슨모빌의 자회사으로부터 임대료 명목으로 3억2천만 원에 이르는 거액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조 후보자 측은 일본에 연구원 근무하느라 자택을 임대했다고 변명하지만 조 후보자 외에 다른 가족들은 주민등록 이전이 없어 그대로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보위 위원으로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홍익표 원내대표는 "액슨모빌의 국내 자회사 모빌코리아윤활유 주식회사가 조 후보자 용산구 자택을 2017년 9월~2019년 12월까지 3억 2000여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며 "일본 게이오대학 객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조 후보자는 중새인을 통해 임대했다면서도 임대차 계약서류 등 일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월평균 임대료는 1200만여원 가량에 달하는 규모다.

홍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는 해당 주택외에 보유 주택이 따로 없다"면서 "해당주택에는 부인은 물론 자녀들도 현재 거주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주택 임대 당시 후보자 보인은 일본 주택에 있었지만 부인과 자녀들은 모두 서울에 거주중이었고 주민등록표상 용산소재 주택에서 거주지가 변경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고위 관료와 전관들을 골라서 주택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지급한 것은 사회 통념상 흔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러한 방식이 미국 기업과 우리나라 고위측 사이에 만연한 일종의 관리 수단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덕수 총리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이같은 '고액 월세 로비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총리는 엑손모빌과 AT&T, 권 장관은 모토로라 자회사에 주택을 임대하고 선 월세를 받는 방식으로 임대수익을 올렸고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팀은 "해당 계약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진행된 정상 계약으로 후보자는 계약 이전까지 임차인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며 "또한 후보자 자택은 이태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은 외국인 임대수요가 많은 지역"이라고 했다. 이어 "외국법인의 경우 임대 기간 전체에 대해 월세를 선지급하고 계약기간이 조기 종료될 경우 남은 금액을 정산 후 되돌려 받는 것이 일반적 관행으로 이에 따라 계약 시점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총 임대료 3억4200만원을 선지급 받았으나 실제로는 임대가 조기 종료되어 남은 기한(약 7개월)에 대한 임대료 약 6374만 원을 돌려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 공간 2, 3층"이라고 했다. 더불어 "당시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퇴직한 후보자에게 로비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도 했다.

북미 과장(1과, 2과), 북미국 제심의관, 북미국장, 외교부 1차관과 주미대사,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미국통'인 조 후보자가 '미국의 도청과 감청 의혹을 무마했다'는 의혹도 다시 제기됐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는 지난해 4월 미국 정부기관의 도·감청 의혹을 무마해 논란이 됐다"며 "이런 사람에게 국가정보기관을 맡길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 4월초 뉴욕타임즈 등 미국 언론에서 미 국방부 기밀문건 누출사실과 해당 문건에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과련 자료가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등은 주요 기밀이 누설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청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최종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가안보실이 '도청이 아닌 휴민트에 의한 정보수집'이라고 밝힌 점을 적시했다. 윤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등에게 재발방지 등을 요구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인사청문회 기간에 도감청 여부와 사후조치, 미국과의 관계 등이 재조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주당은 조 후보자가 음주운전으로 70만원의 벌금을 받았는데도 외교부 징계에서 빠질 수 있었던 점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후보자 본인과 두 아들이 모두 보충역으로 복무했는데 소명이 안되는 점도 야당의 공격 지점이다.

이외에도 조 후보자의 배우자가 두 차례에 걸쳐 증여세 8억원을 납부하게 된 경우도 추궁대상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야당이 요구하는 자료를 거의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인사청문회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는 거의 모든 자료제출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며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는 의심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