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확대' 강조한 정부, 핵심변수는 전쟁·부동산PF
기재부 그린북 "수출중심 회복 확대, 내수 등 부문별 속도 차이"
반도체 필두 수출회복 확대 … 고금리·고물가에 내수·투자 부진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조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다만 민간소비 둔화·건설투자 부진 우려 등 경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다소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1일 기획재정부가 '1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진단한 한국 경제의 현주소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경기부진'에 무게를 뒀다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경기회복'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조심스럽다.
다만 지난달에는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했다"고 했다가, 이번에는 "회복조짐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경기회복'에 좀 더 힘을 실은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정부 경기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대외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고금리·고물가 압박에 내수와 투자가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필두로 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성 뇌관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수출 회복세에 기대감 커졌다 = 물론 정부도 이런 정황을 그린북에 담긴 했다.
정부는 경기회복 확대에 강조점을 두면서도 "민간소비 둔화·건설투자 부진 우려 등 경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여기서 지목한 '건설투자 부진 우려'는 시장이 우려하는 '부동산PF 리스크'와 맥이 닿는다.
또 정부는 "대외적으로도 IT 업황개선 기대와 글로벌 회복세 약화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러-우크라 전쟁, 중동 정세 불안 지속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 소지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변수가 만만찮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경기회복 확대'를 강조한 것은 수출 반등 흐름 영향이 크다.
실제 새해 첫 수출 실적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났다. 관세청이 전날 발표한 1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54억3900만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증가로 돌아선 수출액은 이달까지 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회복의 핵심은 반도체였다.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액은 25억7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 급증했다. 반도체 월간 수출액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5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11월부터 플러스를 기록 중이다.
◆성장률 전망치 낮춘 정부 = 앞서 정부는 '2024년도 경제정책방향'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2%p 낮은 2.2%로 전망한 바 있다. 올해도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며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제약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정부는 2.4%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이번에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경기 회복을 방해할 것으로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세계교역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영향 등으로 민간소비 개선이 제약되는 가운데, 건설투자 부문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국내외 주요 기관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정부와 같은 2.2%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 한국은행은 2.1%를 올해 전망치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2.6%를 제시했다. 직전 전망(2.3%)보다 0.3%p 높인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국제유가와 농산물이 주도한 소비자물가 반등으로 물가 둔화 시기가 뒤로 밀린 영향이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브리핑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등으로 작년(3.6%)보다 상당 폭 둔화될 전망이지만, 상반기까지 3% 내외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그리고 부문 간 회복 속도의 차이 등 으로 수출 중심의 경제 회복세가 내수로 이어져서 국민들이 모두가 체감하는 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아직 '경기부진 완화' 수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우리 경제가 지난해에 비해서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AI) 서버용 수요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경기 부진이 완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다만 고금리가 소비와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지난 8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다소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경기회복'에 무게를 실었다면, KDI는 아직은 '경기부진 완화' 정도로만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광공업 생산이 5.3% 늘며, 전산업 생산이 2.5% 증가했다. 반도체 수요 확대와 기저효과 등이 맞물리며 반도체 생산이 42.4%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회복세가 지속됐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11월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21.8% 늘고,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수출도 17.9% 증가하며 수출 회복세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수와 밀접한 산업은 다소 부진하다고 우려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소비 부진은 지속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11월 상품소비는 기저효과와 할인행사에 주로 기인 감소폭이 일시적으로 축소했지만 서비스업생산(1.9%)은 숙박·음식점업(-3.3%)과 도소매업(-1.5%)을 중심으로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높은 반도체 재고와 고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생산과 출하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재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반도체 투자와 밀접한 특수산업용기계 설비투자가 -21.0%에서 -23.9%로 감소세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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