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올해 목련꽃은 또 언제 필까

2024-01-23 17:22:31 게재
김기상 국립어린이과학관, 지구과학

한파주의보는 10월부터 4월 사이에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떨어져 3℃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 낮거나 -12℃ 이하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어제(22일) 수도권과 강원 내륙에 발효된 한파주의보가 반가울 정도로 이번 겨울은 봄같이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월 20일 겨울 추위의 절정이라는 대한에도 서울 날씨는 최저기온이 영상에 머물렀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최저기온이 영하인 날이 13일이나 될 정도로 혹독하게 춥더니 더 추워야 할 12월부터는 다시 최고기온이 10℃가 넘는 날이 7일에 달할 정도로 오히려 따뜻했다. 마찬가지로 1월에도 최고기온뿐 아니라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은 날이 7일을 넘겼다. 게다가 평년보다 눈 비도 많이 내리고 있다. 이런 날이 계속되니 문득 올해 목련꽃이 무사히 피어날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8일 목련 봉오리

창경궁 옆, 원래는 국립과학관 본관이었던 통계청 서울사무소 건물 앞에는 서울에서 가장 빨리 핀다는 목련나무들이 있다.

목련은 보통 '4월의 꽃'으로 불리지만 이곳 목련들은 남쪽 하늘이 온전히 열려 있어 햇빛을 듬뿍 받을 수 있고 북쪽 건물이 찬바람을 막아주어 3월 중순이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지난해에도 3월 5일에 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해 3월 중순 꽃잎이 피어오르다 3월 22일에는 꽃잎이 완전히 열리면서 눈부시게 하얀 모습으로 만개했다.

2023년 3월 22일 목련꽃

기후변화로 개화시기 들쭉날쭉

그러나 2020년 봄엔 달랐다. 그해 2월은 최고기온이 10℃를 넘는 따뜻한 날이 지속되어 목련꽃 봉오리도 2월 말부터 터지기 시작하며 3월 초에 꽃잎이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매서운 추위가 들이닥치면서 너무 빨리 연약한 꽃잎을 드러낸 목련은 그 상태로 시들어버렸다.

3월 중순이 지나 꽃잎 끝이 갈변한 채로 피기 시작한 목련은 우중충하게 누런 모습으로 피었다가 만개해보지도 못하고 힘없이 져버렸다.

2023년 3월 22일 만개한 목련꽃


변덕스러운 날씨는 여름까지 이어져 7, 8월에는 계속 비가 내렸다. 기상청 날씨 자료를 보면 6월 23일부터 8월 15일까지 비가 3일 연속 오지 않은 날이 없다. 비가 잠시 멎은 날이 이틀을 넘지 않았고, 7월 19일부터 8월 11일까지는 무려 24일 동안 연속으로 비가 내렸다. 50일 가까이 이어진 비는 일조량을 극단적으로 감소시켰고 평균기온을 낮췄으며 지나친 수분 공급으로 농산물의 생장을 망쳤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기다리던 7, 8월 딱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자두 복숭아 같은 노지 과일들은 한창 무럭무럭 자라야 할 시기에 햇빛을 받지 못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10년 가까이 매해 선주문해 먹는 자두도 이 해에는 방울토마토처럼 보일 정도로 충격적으로 작았다.

2020년 3월 9일 이미 피기 시작한 목련


지난해도 비슷했다. 넘치게 따뜻했던 3월 덕에 목련꽃은 탐스럽게 피었으나 사과꽃은 그렇지 못했다. 열흘 이상 빨리 피었다가 4월 초에 닥친 한파로 냉해를 입어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했다. 여름은 더 나빴다. 무려 6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비가 계속 내렸다. 3~5일 정도 멈췄다가 짧게는 3~5일, 길게는 열흘씩 비가 왔다. 노지 과일들은 제대로 여물지 못하거나 수확 시기를 놓쳐 낙과하고 심지어 탄저병까지 돌면서 농가들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았다.

계절의 변화는 지구가 자전축이 기운 채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무리 북극한파가 몰아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추위가 와도 지구가 일정한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기에 때가 되면 봄이 오고, 여름이 온다.

2020년 3월 17일 잎끝이 갈변해버린 목련


지금 시스템 안바꾸면 사라지는 건 인간

하지만 화석연료를 마구 써대는 인간활동은 기후위기를 초래해 계절이 오가는 시기마저도 변하게 하고 날씨의 변덕을 심화시킨다. 지나치게 따뜻했다가 갑자기 찾아오는 봄의 한파, 지나치게 비가 오래 많이 내리는 여름 등 날씨의 변덕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할 수 없는 식물들에는 그야말로 재앙이고 이는 당연히 우리 인간에게 바로 영향을 미친다.

기후학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날씨의 변덕이 점점 더 심해져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거라고, 현재 상태에서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남은 시간은 겨우 10년 남짓이라고 경고한다. 현재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사라지는 건 바로 우리 인간이다. 지구는 인간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Engineers & Scientists for Change)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