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목마른 지자체, 회장님 구명운동?
포항·청주·군산 총력전
"구명운동 지나쳐" 지적도
지방자치단체들이 때 아닌 기업인 구명운동에 나서 눈길을 끈다. 자신들의 지역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 소유주가 구속되자 사면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대상 기업인은 이차전지 핵심기업인 에코프로의 소유주 이동채 전 회장. 구명운동에 나선 지자체들은 경북 포항시, 충북 청주시, 전북 군산시다.
2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 지역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상공회의소 등 경제인단체를 중심으로 이동채 전 회장의 사면을 청원하는 서명운동이 전개됐고, 20만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운동이 진행된 포항·청주·군산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4곳 중 3곳으로 모두 에코프로가 앵커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포항은 에코프로BM·EM이 있는 곳으로 최대 핵심소재 생산지이며, 청주는 에코프로BM의 본사가 있는 것으로 최첨단 마더팩토리가 있다. 또 군산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전구체 합작법인이 설립될 곳이다.
포항에서는 포항상공회의소와 지역원로들의 모임인 지역발전협의회가 서명을 주도해 지난 10일까지 15만3351명으로부터 사면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포항지역사회는 오너리스크에 따른 투자위축과 함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도 대폭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 에코프로는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 수해복구기금 100억원을 비롯 27건에 103억3500만원을 기부했고, 지난해에도 16건 5억4300만원의 후원금을 내놨다. 에코프로는 포항에 2조원을 투자해 6개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2조5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충주시도 에코프로에 목을 메는 지역 중 하나다. 청주에서도 청주상공회의소 등 경제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 10일까지 1차로 5만1459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후에도 추가로 서명을 받고 있다. 에코프로BM 본사는 현재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해 있다. 에코프로는 오창읍 일원에 3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캠퍼스 조성 등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군산에서도 3만여명이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는 GEM SK온 에코프로BM의 합작회사를 설립해 오는 2026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명운동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김은주 포항시의원은 최근 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포항시가 각 읍면동에 이동채 전 회장 사면촉구 범시민 서명운동 관련 공문을 발송해 범죄자 구명운동에 행정력을 동원하는 등 공직사회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포항시장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