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윤석열-한동훈 … "일단 각자 역할하며 냉각기"

2024-01-24 11:45:24 게재

'민생' 명분으로 서천시장 화재현장 전격 만남

'당 요청 시 여사 사과' 보도엔 대통령실 "거짓"

일각선 '이준석 대선 갈등' 때와 닮은꼴 지적도

정면충돌로 치닫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갈등표출 하루 만인 23일 전격적으로 만나면서 총선 앞 '공멸 위기'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서천 시장 화재 현장에서 민생을 명분으로 봉합의 계기를 찾았지만 갈등 현안에 대한 공감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에게 허리숙여 인사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일각에서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상황과 닮은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생 앞에서 뭐가 중요하겠나" = 대통령실 관계자는 24일 "어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민생 앞에서 뭐가 중요하겠냐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민생 앞에서 교감과 (갈등)봉합의 여지를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현장이 갈등 봉합에 이용됐다는 야권의 비판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어제 만남이 정치적으로 과잉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디까지나 중심에 민생을 둔 결과 생긴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 '시스템 공천' 논란 등 핵심 현안 논의까지 이르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 더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당장 가시적으로 어떤 일들이 생기길 기대하긴 이르다"며 "일단은 (대통령실과 여당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하면서 냉각기를 좀 갖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김 여사가 당의 요청이 있다면 명품백 논란과 관련해 사과할 뜻을 당쪽에 전달했다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며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앞서 23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전날 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함께 방문 점검했다. 한 위원장은 오후 1시쯤, 윤 대통령이 약 30분 후에 차례로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 점검에 앞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고, 눈보라 속에서 15분을 기다린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향해 거의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다. 상경할 땐 윤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대통령 전용열차 편으로 함께 돌아왔다.

서울로 돌아온 한 위원장은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여당도 용산도 분주했던 23일 아침 = 민생을 계기로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 셈인데, 오전 상황을 복기하면 양쪽 모두 분주히 호흡을 맞춘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대통령실은 23일 새벽 1시 28분 윤 대통령의 화재대응 긴급지시 서면 브리핑을 냈다. 윤 대통령의 현장방문은 오후 3시로 예정됐다. 한 위원장은 23일 오전 당 사무처를 순회하며 관계자들을 격려할 예정이었다.

한 위원장의 사무처 순회일정은 용산에 대한 이종의 '시위'로 해석되기도 했다. 여기에 김경율 비대위원은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마리 앙뜨와네뜨' 발언이 어딜 봐서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것이냐는 해명성 게시물까지 올렸다.

기류가 급변한 것은 오전 10시를 전후해서였다. 국민의힘에서는 한 위원장이 사무처 순회방문을 취소하고 직접 서천으로 향할 뜻을 밝혔다. 김 비대위원은 문제의 페이스북 글을 삭제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서천방문 일정을 확인하고 곧장 서천 방문시간을 앞당겼다.

한편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이 과거 대선기간 윤 대통령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울산회동'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후배라고 했지만 이번 갈등 과정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들어섰다는 시각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대선 기간 두 차례에 걸쳐 갈등과 화해를 반복했지만 대선 후 결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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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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