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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경제, 경기확장 국면 진입하지만 저성장 지속

2024-01-26 11:52:13 게재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단기순환 측면에서 경기확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 측면에서 보면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주체 내에서 차별화는 더 심화하고 자산가격의 기대수익률도 낮아질 것이다.

현재 경기확장 진입 초기일 듯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1972년 3월에서 2020년 5월까지 11번의 순환을 겪었다. 평균 순환주기는 53개월이었다. 이중 확장국면이 평균 33개월, 수축국면은 20개월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정점과 저점이 발생했던 월, 즉 기준순환일에 따르면 가장 최근 경기저점은 2020년 5월이었다.

그 이후 기준순환일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기준순환일 결정에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인 동행지수순환변동치를 보면 2022년 8월이 경기정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지난해 11월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경기는 지난해 12월에 저점을 기록했거나 올해 1분기에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저점에 1~8개월 앞서왔던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2023년 4월을 저점으로 11월까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부분적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22년 10월에서 2023년 9월까지 줄었던 수출이 10월부터 증가세(전년동월비 기준)로 돌아섰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개선될 조짐이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20.9%에서 2023년 15.4%로 낮아졌다. 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홍콩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국가별로 보면 대중국 수출이 올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26.8%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3년에는 19.8%로 급락했다. 그러나 올해 1월 20일까지 대중국 수출이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비중도 20.4%로 다시 늘어났다.

과거 11번의 경기순환에서 경기 확장국면은 짧게는 17개월 길게는 54개월이었지만 평균은 33개월이었다.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경기확장 국면이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는 그 초기일 가능성이 높다.

잠재성장률 낮아 구조적 저성장 불가피

우리 경제가 올해 확장국면에 접어든다고 할지라도 경제성장률이 2%를 크게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 정도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한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0% 정도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5%대로 떨어졌고 2020년 이후로는 2.1%로 더 낮아졌다.

앞으로 잠재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우선 노동력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 비중이 2012년 72.4%를 정점으로 올해 70.2%로 낮아진다. 이 비중이 2030년 66.6%, 2050년 51.9%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15~64세 인구 자체도 2019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총인구도 2020년 518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감소로 노동력이 줄어 잠재 생산능력이 위축되고 총인구감소로 소비가 줄어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다가 대기업들이 자본 스톡을 이미 많이 축적했기 때문에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내총생산(GDP)에서 총고정자본형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6년 42.0%에서 지난해에는 29.3%로 줄었다. 특히 건설투자의 GDP 비중이 같은 기간 29.3%에서 13.1%로 급락했다.

또 다른 잠재성장을 결정하는 총요소생산성도 하루아침에 증가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대타협 등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돼야 하는데, 각 경제주체 간 가치의 격차 확대로 생산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0.6%에서 2018년에는 2.0%까지 올라왔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을 정점으로 2023년에는 1.6%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한국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떨어질 것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각 경제주체 간 혹은 경제주체 내에서도 차별화는 더 심화할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7~10%일 때는 경제규모가 빨리 커졌기 때문에 경제주체가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2%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다는 의미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경쟁력 있는 기업은 더 성장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2023년 12월)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이 44.8%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 절반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58.9%가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좋은 일자리가 축소되고 소득 증가속도도 둔화할 것이다.

주식 기대수익률 하락 불가피

잠재성장률 하락은 금리와 주가 전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선 금리는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금리에는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들어있다. 현재 잠재성장률이 2% 정도다. 그러나 2030년 이후는 성장률이 1% 초반대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금리도 이를 반영해 2%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다.

여기에다 우리 경제에 자금 잉여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저축은 돈의 공급이고 투자는 돈의 수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총투자율이 총저축률보다 낮아졌다. 1998~2022년 연평균 투자율이 31.3%로 저축률(35.5%)보다 낮았다. 최근 추세도 마찬가지다. 돈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기업의 자금수요가 위축된 것도 금리하락 요인이 될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우리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907조원이었다. 기업이 이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에 앞으로 자금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가계부채가 GDP의 100%를 넘는 상황에서 가계도 계속 돈을 빌려 쓸 상황은 아니다. 자금운용에서 대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금융회사들은 유가증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은행은 자산운용에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더 강조하기 때문에 주식보다는 채권에 더 많은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

주식 기대수익률도 낮아질 전망이다. 2000~2022년 명목 GDP 상승률은 연평균 5.8%였는데 코스피 상승률은 7.1%였다. 필자가 추정하면 현재 명목 GDP 잠재성장률은 3.7% 정도다. 앞으로 코스피는 연평균 5% 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주식시장에서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할 것이다.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