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고 고혈압·당뇨약도 중단했어요
중랑구 노년층 ‘맞춤형 건강관리’
사전평가 후 영양·운동·정서 지원
서울 중랑구 중화동 주민 박정환(69)씨. 낚시나 바둑 등 앉아서 즐기는 취미생활을 즐기던 그가 지금은 산뜻한 바깥 공기를 마시며 걷는다. 중랑천을 따라 하루 2.5~3㎞ 걷고 가끔은 요가까지 더하니 2년만에 건강상태가 확실히 달라졌다. 박씨는 “춥지 않으면 걸으려 한다”며 “공기도 좋고 다리도 튼튼해지니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1일 중랑구에 따르면 노년층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어르신 맞춤형 건강관리사업’이 톡톡히 효과를 내고 있다. 취약지역 주민들 건강격차를 해소하고 전반적인 건강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20년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함께 실태조사를 한 뒤 3년에 걸친 사례관리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서비스 모형을 만들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 최접점에 있는 각 동주민센터 공무원 대상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보다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1년간 총 109명이 참여해 65세 이상 주민 1006명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했다.
동주민센터 방문간호사와 영양사 운동처방사 등이 참여해 사전 건강평가부터 실시한다. 그 결과와 참여자 요청을 반영해 영양 운동 정서 등 맞춤형 건강관리계획을 수립한다. 실제 사업은 총 12주간 진행한다. 영양사와 운동처방사가 매달 한차례씩 총 3회에 걸쳐 대상자를 방문해 교육·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방문간호사가 방문 혹은 전화 상담을 통해 정서적으로 지원한다.
보건소에서 직접 양성한 ‘어르신 건강리더’ 역할이 크다. 50세 이상 주민인데 짝을 맺은 노년층 가정을 수시로 방문하거나 전화통화를 하면서 말벗 역할을 하고 영양과 운동 등 건강생활을 실천하도록 독려한다. 두셋씩 모둠을 꾸려 함께 걷기도 한다.
동 단위로 함께 걷는 모임도 한 축을 담당한다. 15명 안팎 주민들이 간호사 2명, 운동처방사 1명과 함께 매주 두차례 걷기운동을 한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혈압과 혈당을 재도록 돕는다.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 수를 함께 살피고 친환경 가방이나 노리개 만들기, 버섯 키우기 활동이나 스마트폰 사용법 교육 등을 더한다.
지난해 말 한해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사업평가회를 실시했는데 만족도가 93.2%로 높았다. 특히 방문·관심과 걷기대회를 꼽은 주민이 많았다. 걷기활동을 실천하는 비율은 59.7%에서 79.1%로 높아졌고 우울감을 겪는다는 비율은 42.1%에서 28.2%로 낮아졌다. 중랑구 관계자는 “여럿이 함께 걸으니 걷기가 일상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고 혈압과 혈당을 재면서 신체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는 게 자극제가 된다”며 “사업 전후를 비교해 보면 참여자 대부분 혈압과 혈당에서 변화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랑구는 올해 서비스 대상 지역을 기존 8개 동에서 12개 동으로 확대하고 2025년에는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나 걷기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건강리더가 함께하는 걷기교실을 운영하는 한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사업과 연계해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중랑구만의 특색 있는 건강증진사업을 마련했다”며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복지증진에 힘쓰고 효도하는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