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대만 대선 결과에서 읽는 동북아 정세와 미래
중국 평화통일의 길 갈수록 멀어져
첫째, 집권 민진당 3기의 지지기반이 많이 약화됐다. 2020년 선거는 민진당이 절대다수(57.13%)를 차지해 대만 민심을 대표했다고 할 수 있지만, 2024년 민진당의 득표율은 40.05%로 나머지 60%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는 지난 8년 동안 대만 국민 상당수가 민진당에 불만을 품게 됐으며 ‘민진당 교체’가 실제 주류 민심임을 보여준다.
둘째, 입법원 선거에서 국민당이 다시 최대 정당이 되었다. 물론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당은 주로 지역 의석을 확보해 입법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이는 국민이 국민당에게 집권 민진당을 견제하고 감독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는 의미다. 민진당은 ‘여당’이지만 국민당의 의석수보다 적어 입법부의 의제와 의결을 장악할 수 없게 됐다. 이는 라이칭더 당선자가 직면한 도전이 차이잉원 총통보다 훨씬 더 클 것임을 말한다.
셋째, 민중당이 급성장해 대만 정치영역에서 바겐파워를 갖게 되었다.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는 369만표(26.46%)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젊은층의 지지가 컸다. 민중당은 입법원에서도 8석을 차지하며 법안 발의와 표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민중당의 성공은 오랫동안 대만 정치권을 지배했던 ‘청녹’ 양당체제가 무너지고 대만의 미래를 결정할 MZ세대 역량이 새롭게 부각됨을 말한다.
넷째, 중국 평화통일의 길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 대만의 어린이들이 받는 교육은 대만이 독립된 국가라는 교육이다. 사실 대만은 1990년대 이덩후이(李登輝) 집권시기부터 대만독립교육을 실시해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지난 30년 동안 대만의 교과서는 대만 독립과 관련된 내용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왔다. 중국의 역사와 지리는 아시아의 역사와 지리에서 다룬다.
현재 45세 미만의 거의 모든 대만인들은 독립주의자들이며 중국본토와 대만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대만 노인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독립을 지지한다. 따라서 통일이 지체될수록 대만에서 통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다. 설령 중국이 대만통일에 성공한다고 해도 통치가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대만인들은 중국 본토인들을 같은 민족이 아니라 점령하려 온 타인으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만문제에 있어서 중국정부는 점점 국제사회의 큰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홍콩사태 이후로 전세계는 통일이 되면 대만의 민주화가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만 국민들은 중국정부가 제시하는 ‘일국양제’와 ‘92공식’(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되 어느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지는 각자의 해석에 맡긴다는 1992년 합의)을 신뢰하지 않는다.
현재 대만의 주류는 독립을 추구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평화통일의 길이 점점 멀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를 지지한 40%는 대만독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독립을 위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고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봐야 한다.
민중당의 커원저의 지지층(26.46%)이 중국과 대만 관계에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커원저는 MZ세대에서 대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민중당은 대만독립에 대해서는 이성적이지만 본질적으로 대만독립을 지지한다. 그러나 젊은층 일자리 같은 문제에도 해결책을 도모하는 현실주의파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독립도 원하지만 빵도 포기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중문제에서 이들이 접근하는 방식은 실리추구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필요하다는 주장이며 동시에 실력을 키워서 독립을 실현한다는 논리다.
국민당 지지층(33%)은 현상유지파로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통일도 반대한다. 그렇다고 독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도 않는다. 사실 대만 내에서 진심으로 통일을 지지하는 신당과 중국통일촉진당은 지지율이 극히 낮다. 또한 국민당의 중국에 대한 입장은 앞으로 점점 국민당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경제적 안보적 측면에서 숙원사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입장에서 대만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할 숙원사업이다. 대만통일이 중국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국가 안보차원에서 아주 중요하다. 2010년을 기준으로 G2로 성장한 중국이 무역대국으로서 2015년에 미국을 추월하고 현재는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에서 가장 핵심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대만통일은 민족부흥의 완성과 진정한 현대화를 실현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칩4 동맹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고 나선 상황에서 TSMC가 갖고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역량은 미국의 칩 견제와 봉쇄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통일로 대만의 세계적 반도체 제조업 생태계까지 확보하게 되면 미국이 더는 칩으로 중국을 막을 수 없을 뿐더러 역으로 중국이 미국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중국이 국가적 자신감만을 위해 통일을 하는 이상의 큰 전략적 중요성이 있다.
또한 대만을 통일하면 엄청난 전략적 군사적 이점이 있다. 대만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의 전략 핵잠수함은 태평양에 직접 진입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 기지와 항공모함을 활용해 방어망을 동쪽으로 2000km 확장할 수 있으며 연해지역 경제권은 완전히 안전해진다.
미 대선 결과 따라 동북아정세 출렁일 것
한마디로 미래 동북아 정세는 민진당의 3기 재집권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11월 미국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냐에 따라 또 다른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고 대만 선거직후에 직접 발표했다. 그러나 대만의 현상유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만약 중국이 무력으로 통일에 나설 경우 군대를 보낸다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말하면 거저 주는 것이며 바보들만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말하자면 대가 없는 방어는 없다는 의미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경제 정치 외교 안보 등 모든 면에서의 영향이 예상된다. 민진당의 재집권으로 TSMC같은 기업들의 경영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챙길지는 미지수다. 이유는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에 한국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대안으로 한국보다 최대한 국내기업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SMIC 같은 기업들이 방대한 중국 국내시장에 기반해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10%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예년에 비해 줄었으나 여전히 작지 않은 규모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매출의 30.8%를 중국에서 냈다.
중국은 현재 메모리반도체 성장이 빨라 장강메모리 같은 기업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파운드리시장 성장성도 크다.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인 팹리스들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중국은 세계 팹리스 시장 3위 국가다.
물론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있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기대해볼 기회도 있을 수 있다.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은 일본의 외교정책과 함께 동북아정세를 결정짓는 큰 요인이며 11월 미국대선 결과와 맞물려 더욱 증폭되거나 약화될 수도 있다. 4월 한국 총선 결과도 큰 변수다. 선거정치는 극도로 복잡하고 단순한 합의는 없지만 수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