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지역은행발 위기감 고조
상업부동산 노출 큰 은행들 촉각
미국 월가에서 ‘뉴욕커뮤니티뱅크(NYCB)’ 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CNN방송은 7일 “20조달러 규모의 상업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NYCB는 지난 분기 2억5200만달러 손실을 보고했다. 대출손실은 5억5200만달러로, 전 분기 6200만달러에서 급증했다. 상업부동산 대출이 부실해지면서다.
미국 은행들은 약 2조7000억달러의 상업용부동산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80%가 지역의 중소규모 은행들이 갖고 있다. 이들은 ‘너무 커서 실패할 수 없는’(too big to fail)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금융회사(GSIB)가 아니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부채의 대부분은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시장에서는 지역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부동산데이터 기업 트렙(Trepp)에 따르면 2027년 말까지 약 2조2000억달러 이상의 대출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지난 12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위원으로 있는 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상업부동산을 주요 잠재적 금융위험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상업부동산 대출 포트폴리오의 손실이 누적되면 더 광범위한 금융시스템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주말 방송에 출연해 “상업부동산에 집중적으로 노출된 일부 소규모 지역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문을 닫거나 합병해야 하는 은행이 있을 것이다. 향후 수년 동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하지만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종류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상업부동산이 고금리와 높은 공실률이라는 이중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출이 많은 은행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렙에 따르면 상업부동산 노출이 우려수준으로 높은 미국 주요 은행은 10곳에 달한다. 1163억달러로 자산규모가 가장 큰 NYCB의 상업부동산(CRE) 익스포저는 자기자본 대비 477%에 달한다. 여기엔 오피스와 다가구주택, 건설·토지 대출이 포함된다. 612억달러 자산의 밸리내셔널뱅크도 472%에 달하는 CRE 집중도를 보였다.
미국 금융당국은 CRE 집중도를 300% 이하로 유지하라고 권고한다. 300%를 초과할 경우 해당 은행은 연준 또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의 감독기관의 집중조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자본을 대폭 확충하는 등 강력한 리스크 관리를 받는다. 극단적인 경우 상업부동산 대출을 매각하거나 전체 규모를 감축하는 등 시정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