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명절 열차 온라인 암표 여전
임윤찬 리사이틀 매진에 웃돈표
“매크로·온라인 이용시 처벌 필요”
#1. 지난 6일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올해 6월 대구 중구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하는 리사이틀 티켓이 판매 시작 50초 만에 전체 1000여석 모두 매진됐다. 이후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5만~12만원인 티켓 가격에 3만원에서 55만원까지 웃돈을 얹어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중에는 암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아이디를 옮겨 판다는 뜻의 ‘아이디 옮기기’ 내용도 포함됐다.
#2. 5일에는 중고나라와 당근, 번개장터 등 중고판매 플랫폼이 설 연휴 웃돈 기차표 거래를 잡기 위해 AI를 활용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플랫폼은 ‘연휴 KTX’ 등의 단어나 기차표 이미지가 게시되는 경우 판매를 금지하거나 상품 등록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방식 등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7일 오후 한 사이트에는 ‘8일 밤 KTX 승차권을 1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8일 공연 업계 등에 따르면 온라인 암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암표상들은 반복적으로 명령어를 수행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표를 구하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표를 선점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85건이었던 암표 신고 건수는 2022년 4224건 2023년 10월까지 1973건으로 증가했다.
암표는 공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신고센터에 접수된 암표 의심 신고는 2021년 1만8422건 2022년 3만6823건 2023년 9월까지 2만8243건을 보였다.
암표 대응을 위해 개정된 공연법이 다음 달 22일부터 시행되면 암표를 판매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개정법은 상습성을 고려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고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라는 것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에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이슈와 논점'에 실린 ‘온라인 암표 매매 규제 강화의 필요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는 “온라인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경범죄처벌법상 암표 매매 금지 장소에 온라인 공간을 추가해야 한다”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불법행위 규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암표를 판매한 사람은 2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상 암표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보통신망법으로도 암표를 단속할 수 있지만 정보통신망 장애를 입증해야만 하는 문제가 따른다.
3월부터 강화되는 공연법도 공연 외에 문화행사(축제, 팬미팅, 시사회, 시상식 등) 등의 암표 매매 규제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배성희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암표 방지를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행위와 관련한 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조속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실효적인 규제를 위해 경찰의 적극 단속과 처벌도 필수”라고 밝혔다. 배 조사관은 이어 “암표 단속을 위해 예매처에 역할과 권한을 높여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