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구에 빗살무늬 디자인…보행자 쉼터도
강동구 동네특색 더해 도시환경 개선
생활행복·미래설계 주제, 주민과 소통
“지하철 환기구가 회색조잖아요. 좀 어두운 느낌이었는데 지역을 대표하는 빗살무늬 디자인을 입히고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야간에는 조명도 더하고….”
서울 도심에서 강동구로 진입하는 입구 천호동. 보도 위를 점령하고 있는 지하철 환기구에 가려졌던 강동구 관문이 최근 본 모습을 찾았다. 암사동 선사유적지를 보유한 도시답게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빗살무늬 토기에서 따온 디자인을 입히고 지역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웠다. 거리를 걷던 주민들이 잠시 다리를 쉬어갈 공간도 마련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퇴근길 주민들이 보면 ‘집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21일 강동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강동형 공공디자인’에 기반한 도시경관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주민들 생활과 밀접한 도시 경관에 지역 정체성을 더해 세련되고 품위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전담조직을 신설했고 공공시설물에 적용할 강동형 공공디자인을 개발했다. 특히 주민과 소통,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도시경관 개선에 의견을 낼 주민참여단 39명을 공개모집해 주요 사업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사업 방향은 크게 두가지다. 환기구 개선처럼 보도를 차지하는 기반시설과 지하도 등 개선은 ‘생활 행복형’에 속한다. 강동형 안심귀갓길 확산, 시장 주변 경관 개선 등도 주민들이 소소하지만 변화를 체감하고 일상 속 행복을 더하도록 기획했다.
다른 한 축은 ‘미래 설계형’이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천호동 로데오거리는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을 하면서 청년거점을 더하고 천호자전거거리는 지역 상권 강화와 연계한다. 동네와 장소가 갖는 특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단절된 구간 연결에 중점을 둔다.
사업 설계부터 공사까지 전 과정에 주민이 함께한다. 명일동 학원가와 인접한 구간을 ‘내뜻대로 학원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당초에는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광장 주변에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 범죄가 우려되고 쓰레기 무단투기가 빈번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학생과 학부모에 학원 관계자, 인근 상인과 주민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청소년뿐 아니라 시간대별로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하고 있었다. 구는 협의체를 꾸려 각각의 의견을 수렴, 아이들 중심이되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으로 바꿔가고 있다.
경관 개선이 마무리 된 이후에도 주민들 역할이 있다. 공공에서 시설을 관리하되 달라진 경관이 유지되도록 협의체에 맡길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지역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치는 건 물론 궁극적으로는 인식개선까지 추구한다”며 “지역에 대한 애정과 애착심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태어난 상일동 게내길도 주민과 합을 잘 맞춘 결과물이다. 지금은 강동구 꽃인 매화와 게내마을을 의미하는 민물 게 디자인으로 정돈됐지만 직전까지만 해도 무분별한 불법간판으로 인한 주민들 원성이 잦았다. 구는 불법간판을 정비하면서 경관조명을 더한 지주(支柱)간판을 설치하고 상인들이 홍보판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다. 사업계획을 미리 공유해 상인들 불만을 최소화 했고 건물주들을 설득해 지주간판 설치를 위한 토지 사용 허가를 받아냈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큰 시야에서 꼼꼼하게 설계해 특색 있고 매력 넘치는 도시 이미지를 구현해 나가겠다”며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강동구를 누구나 방문하고 싶은 자랑스러운 도시로 바꿔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