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 의견진술권 부여 가능할까
1만명 넘는 ‘개업 행정사’ 오랜 숙원
국회, 타 전문자격사와 업무갈등 우려
행정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사법 개정안이 장기 표류하고 있다. 행정사들이 대행한 문서에 대한 의견진술을 업무범위에 넣어달라는 것이 핵심 요구인데, 국회가 변호사 공인노무사 등 다른 전문자격사와의 업무영역 갈등을 우려해 법안심사를 늦추고 있다.
2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행정사가 대행한 문서에 대한 의견진술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행정사업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가로막혀 계류 중이다.
행정사는 행정사법에 따라 다른 사람의 위임을 받아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나 권리·의무·사실증명에 관한 서류의 작성을 대행할 수 있고, 또 대신해 행정기관에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서류를 대신 제출하면서도 이에 대한 의견진술은 할 수 없고, 문서로만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행정사에게 업무를 맡긴 민원인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정안에는 이의신청 대리 조항도 들어있다. 행정사가 행정기관의 인·허가나 면허 등을 받기 위해 대리하는 과정에서 행정기관의 서류보완이나 거부 등의 처분을 받을 경우 민원인 대신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행정사들은 업무범위에 의견진술권을 포함해 달라고 오랫동안 요구해왔고, 이와 관련한 행정사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과 6월 김용판 의원과 이수진 의원에 의해 각각 발의됐다. 이후 행정안전위원회가 이 법안을 병합한 대안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관계기관 이견조정을 위해 지난 1월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법안 개정에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서다. 법무부 소관 변호사·법무사와 고용부 소관 공인노무사와의 업무영역 충돌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변호사는 물론 법무사 공인노무사 모두 업무영역에 의견진술과 이의신청 대리가 포함돼 있다.
행정사들의 본질적인 요구는 행정심판대리권이다. 이와 관련한 법률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행정사들의 또 다른 요구는 온라인 행정심판 대행이다. 공인노무사와 변호사 등은 온라인을 통해 행정심판 청구서 작성 및 제출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법무사의 경우 소송대리권이 없고 소장 작성 대행권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사는 온라인 행정심판 대행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행정사들은 또 행정사 자격 소지자에 대한 공무원 시험 가점도 요구하고 있다. 6급 이하 공무원(일반행정 직류) 시험 가산점 부여 자격증에 행정사 자격증도 포함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는 일반행정·법무행정 직류는 변호사·변리사, 고용노동 직류는 변호사·공인노무사와 직업상담사 1·2급, 교정 직류는 변호사·법무사, 세무 직류는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자격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정사 제도 발전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행정사 자격 취득자는 43만6000여명이고, 이들 중 행정사업 영업을 하고 있는 개업 행정사는 1만명 정도다. 행정사는 과거 대서업(1897~1954년)과 행정서사(1961~1988년) 시대를 거쳐 1995년부터 전문자격사로 인정받았다.
이후 8개 행정사와 관련된 협회들을 통합해 지난 2021년 대한행정사회가 됐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