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사람 모두가 자산이 될 수 있다

2024-02-26 13:00:01 게재

‘피크 코리아’ 우려가 갈수록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잠재성장률이 1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한 경우다.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4%로 세계경제 성장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도대체 어디서 출구를 찾아야 하는가? 가야 할 길이 잘 보이지 않으면 오던 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출발해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선진국에 진입했다. 한국은 기적의 주인공이다. 앞선 선진국들은 예외없이 식민지 수탈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했다. 한국은 그와 정반대로 식민 지배를 겪은 비운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경제발전 조건도 그 어느 나라보다 열악했다.

1954년 현대경영학의 개척자인 피터 드러커가 공무수행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드러커의 눈에 비친 한국은 경제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절망의 땅이었다. 축적된 자본과 기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국내 시장은 협소하기 그지없었으며 지하자원도 매우 빈약했다. 분단으로 인해 교역의 요충지로 기능할 가능성마저 사라져 없었다.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처럼 화교 네트워크 같은 막강한 해외 배경도 없었다. 우방을 자처했던 미국이나 일본 등은 지원이 절실한 순간마다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사람을 비용으로 취급한 후과 심각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계가 놀랄 초고속 압축성장을 이어 왔다. 기적의 원동력은 전적으로 잘 교육되고 훈련되었으며 투지와 열정, 독한 근성으로 똘똘 뭉친 ‘사람의 힘, 민초의 힘’이었다. 사람은 가장 귀중한 자산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돈이면 다 된다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사람을 우습게보기 시작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인공들을 한낱 비용 취급하면서 한없이 저평가하기 시작했다.

비용은 최대한 줄여야 할 요소다. 그 사람이 없어도 일이 되게끔 만들 때 최적의 결과를 낳는다고 여긴다. 그 사람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고자 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의욕과 열정을 식도록 만들었다. 한국경제가 생산성 약화로 고전하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을 수 있다.

사람을 자산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자산은 최대한 키워야 할 요소다. 그 사람이 없으면 일이 될 수 없도록 만들 때 최적의 결과를 낳는다고 여긴다. 사람을 진정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들고자 한다. 그럴 때 개인과 기업, 국가가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포스코엠텍(구 삼정P&A) 사례는 이 모두를 생생하게 입증해 주었다. 포스코엠텍은 포스코의 계열사로서 철강제품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였다. 애초 작업의 주류는 철강제품의 단순포장이었다. 이곳에서 놀라운 혁신이 일어났다. 출발은 근무형태 전환이었다. 2007년 근무형태가 2개 조가 번갈아 작업하고 나머지 2개 조는 휴무를 하는 4조 2교대로 전환했다. 근무형태가 바뀌면서 연간 휴무일은 48일에서 190.5일로 크게 늘었다. 회사는 늘어난 휴무일을 이용해 연간 1인당 학습시간을 300시간으로 대폭 늘렸다.

직원들은 단순 포장공에서 유능한 엔지니어로 탈바꿈했다. 직원들이 주도해 철강포장라인 전체를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일괄 판매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상당수 직원은 철강포장설비 전문 컨설턴트 지위를 갖기에 이르렀다. 회사는 단순 포장 작업을 하던 업체에서 철강 제품 자동포장 설비를 개발·판매·서비스하는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로 변신했다.

혁신역량이 강화되면서 4년 만에 1인당 철강 포장량은 38% 늘었다. 생산성 상승은 지속적인 경영실적 향상과 임금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다시 혁신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낳았다.

포스코엠텍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들

포스코엠텍은 기업 구성원 모두를 귀중한 자산으로 간주하고 키우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는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기업과 구성원의 동시 성장을 낳았다. 구성원의 성장은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됐고 기업의 성장은 구성원 성장의 조건을 이루었다. 포스코엠텍은 인재 경영에서 이야기하는 특별한 엘리트만이 아니라 사람 모두가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추락 위기의 한국경제 출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데 부족함이 없는 사례가 아닐까?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