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꺾였다는데 체감물가는 왜 높을까 3 공공서비스 물가
선거 앞 억눌러둔 공공·교통요금, 하반기 물가 숨은 뇌관
정부는 ‘상반기 동결’이라는데 1월 공공서비스 물가 2.2%↑
지방 버스·병원비 인상에 공공물가 27개월 만에 최대 상승
총선 뒤엔 서울·수도권 차례 … 유가 상승과 맞물리면 난감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요금과 전기료를 위시한 공공요금은 서민의 체감물가 핵심지표다. 통상 먹거리 물가와 전월세값과 함께 3대 지표로 불리기도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소비할 수밖에 없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잘사는 사람에겐 지하철요금 몇푼 오르는 게 큰 일이 아니지만, 서민들에겐 그게 아니다.
이 공공·교통요금이 하반기 물가의 최대 복병이다. 정부가 4월 총선거를 의식해 인상을 억눌러왔기 때문이다.
◆정부 동결기조 다짐 머쓱 = 조짐은 이미 보이고 있다.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도 공공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연초부터 심상찮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이 1월부터 오른 데다 수가 조정에 따른 입원·외래진료비 인상까지 겹친 탓이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월 공공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올랐다. 2021년 10월 6.1% 오른 뒤 2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2021년 10월에는 전년도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국민 휴대전화 요금 지원(2020년 10월) 기저효과로 상승 폭이 이례적으로 컸다. 정부·지자체의 직간접적 관리를 받는 공공서비스 물가는 0~1% 내외에서 소폭 등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21년 10월을 제외하면 올해 1월 상승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월(2.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달과 비교해도 1월 공공서비스 물가는 1.0%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0.4%)을 크게 웃돈다. 2020년 11월 휴대전화 요금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4.8%)를 제외하면 2015년 7월(1.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지자체 공공요금이 인상 주도 = 시내버스·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요금과 외래·입원진료비 등 병원비가 1월 공공서비스 물가 상승세의 주범이다. 공공서비스를 구성하는 30개 항목의 1월 물가 상승 기여도(전년동월비)를 보면 시내 버스료가 가장 컸다. 이어 택시요금, 외래진료비, 도시철도료, 치과 진료비, 입원진료비, 하수도료 등 순이었다.
실제 대전 시내버스 요금은 1월 1일부터 1500원으로 250원 올랐다. 대구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도 1월 13일부터 125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됐다. 이런 영향으로 시내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11.7% 오르며 전달(11.1%)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외래진료비 역시 1월 새로 적용되는 수가가 인상되면서 1년 전보다 2.0% 올랐다. 통상 2%대 인상률을 보인 외래진료비는 지난해 1.8%로 둔화했다가 1년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입원진료비는 1.9% 오르면서 2017년 1~9월(1.9%)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다른 공공요금인 하수도요금은 1월 3.9%나 올랐다. 하수도요금은 지난해까지 1~2% 안팎의 상승률을 보여 왔다. 부산·세종·의정부·고양 등 8개 지자체가 1월 일제히 하수도 요금을 올린 탓이다. 지난해 1월 하수도 요금을 올린 지자체는 3곳에 그쳤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인상 등 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된 탓에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걱정되는 하반기 물가 = 문제는 4월 총선 이후 물가 향방은 더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1월에는 그나마 지방의 공공·교통요금 정도가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면 상승압박이 서울과 수도권 공공요금으로 향할 수 있어서다.
우선 서울시는 지난해 10월7일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을 1400원(교통카드 기준)으로 150원 인상한 데 이어 이르면 오는 7월 150원을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인상 후 지하철 기본요금은 1550원이 된다. 서울 시내버스도 지난해 8월12일부터 인상된 요금(1200원→1350원)이 적용됐다. 서울시는 경기도·인천시 등 통합 환승할인제에 참여하는 관계 기관들과 협의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정확한 추가인상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여기에 과일 등 농산물 가격도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사과(후지·상품)는 10개 2만9235원으로 1년 전(2만3016원)보다 27.0%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단감도 2만1413원으로 1년 전 가격(1만1956원) 대비 79% 높았다. 대파도 1㎏ 기준 가격이 4505원으로 1년 전(3429원)보다 31.4% 올랐다.
기름값 오름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7일 오전 기준 전국 보통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53.04원, 자동차용 경유는 1536.55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1월25일)보다 60~70원 올랐다. 정부가 2~3월 물가 상승폭이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도 유가 불안을 우려한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반기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하거나 인상을 늦출 수 있도록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