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 13조 바이오특화단지 총력전
정부, 29일까지 육성계획안 접수 예정
전국 지자체, 최소 2곳 이상 지정 요구
전국 지자체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에 실패한 지자체들은 일찌감치 대학 기업 등과 연계해 총력전에 나섰다. 정부는 민간기업과 함께 ‘바이오의약품 제조역량 세계 1위 달성’에 1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특화단지에 연구개발과 인허가 신속 처리, 예비타당성 조사 특례 등을 지원한다.
◆29일 ‘바이오대전’ 시작 = 28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9일까지 바이오 특화단지 육성계획서를 공모한다. 현재 전국 10여 개 지자체가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3~4월 평가 작업을 거쳐 6월 중에 특화단지를 지정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앞서 산자부는 지난해 12월 공모계획을 발표했고, 지난달 10일과 25일 각각 설명회를 개최했다.
전국 지자체는 공모계획이 발표되자 그동안 육성계획서 작성과 타 지자체 동향파악에 주력했다. 경기도에선 수원 시흥 성남 고양 4곳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곳은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대기업 등 기반시설을 잘 갖춰 타 지역보다 유리하다. 다만 60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선점한 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실패했던 터라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송도 남동 영종 3개 지역을 바이오 산학협력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송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100여 개 글로벌 기업과 연구소 등이 들어서 있다.
강원도는 지난 20년간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했고, 관련 기업이 80여 곳에 이른다. 특히 국내 유일 항체연구소인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 홍천 국가항체클러스터, 춘천 강소 연구개발 특구 등 바이오산업 기반을 살려 유치에 나섰다.
대전과 충북도 유치전에 가세했다. 대전시는 원촌 산업단지 등 891만㎡에 ‘대전 바이오 혁신신약 특화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곳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카이스트, 충남대 등 교육 및 연구기반이 탄탄하다. 이와 함께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 머크 등 3개 선도기업을 확보했다. 충북 오송은 생명과학단지 바이오산업단지 화장품산업단지 등 이미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선도기업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 기업과 기관이 있어 바이오 신약 전주기 지원이 가능한 게 강점이다.
경북도는 안동 포항과 협력 체계를 만들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안동은 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와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포항 역시 세포막단백질연구소와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 등 백신과 유전자치료제 연구시설이 탄탄하다.
전북과 전남도 유치에 나섰다. 전북은 전주 익산 정읍 등을 연계한 특화단지를 제안했다. 전주는 오가노이드(유사 장기) 기반 소부장 산업화 촉진지구로, 익산은 글로벌 인체·동물바이오 생산지구, 정읍은 중개연구·비임상기반 바이오소재 공급지구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바이오 분야 첨단기술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전남은 국내 유일 화순백신산업특구를 보유한 게 강점이다. 특히 백신과 면역세포치료 전주기 기반시설을 갖췄다. 여기에 녹십자와 박셀바이오 등 31개 기업과 인재 육성이 가능한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로 지정될 정도로 백신산업 생태계가 탄탄하다.
◆지정 개수·평가방법 미정 = 이처럼 전국 지자체가 특화단지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평가 지표와 지정 개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평가지표는 반도체 특화단지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지침에도 반도체 특화단지 평가지표에 비슷한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첨단전략산업 성장 기반 확보 가능성, 첨단전략산업 및 지역산업 동반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2차 설명회를 종합하면 지정개수는 최소 2개 이상일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데 적용되는 동물세포 배양·정제 기술과 고품질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를 개발하고 제조하는데 적용되는 오가노이드 분화 및 배양 기술 분야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특정했다.
전국 지자체도 2개 분야에 맞춰 육성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오가노이드는 특정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유사 장기다. 산자부 관계자는 “접수한 개수와 내용을 봐야 해서 지정 개수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서 “평가위원들이 반도체 특화단지 평가지표를 얼마나 참고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국진·김신일·윤여운·최세호·이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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