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4년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2월 20일 시민단체들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범국민·해외동포 전쟁반대 평화선언’ 관련 세미나가 있었다. 이 평화선언에서는 “남북이 적대와 전쟁 상태를 끝내고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길로 되돌아올 것을 온 마음으로 촉구한다”라면서 남북평화를 강조했다. 시민단체나 국회의원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한반도의 평화는 당연히 수호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가장 중요한 상수는 미국
하지만 세계정세는 녹록지 않다. 국내외 안보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한반도를 위기상황으로 진단한다. 북의 해안포 사격과 순항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올해 1월 첫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했고, 3월에도 한미연합연습과 북의 동계 군사훈련이 동시에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2024년은 중대한 해다. 한국은 4월 총선이, 미국은 11월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 국가에 대해 맨투맨 대응을 시작했다. 북한은 기시다 일본 총리에 북일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외교정상화도 꾀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방문해 힘을 실어주고 정치 경제 대외관계에서 적지 않은 이득을 취했다. 하지만 한국을 향해서는 “북남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이며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이라는 파괴적 선언을 했다.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는 미국이고 당면한 최대 관심사는 미 대선일 것이다. 북한은 지금이 신냉전 구도라는 국제정세 인식 아래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의 대화 요구에 냉담한 척한다. 하지만 체제 보장과 제재 해소를 위한 북한의 핵심 타깃은 여전히 미국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상수는 미국이다.
반대로 미국이 한반도에 가장 관심을 두는 핵심 정책은 북핵 문제다. 그 다음은 대만에서의 한국 역할, 마지막은 한국의 핵무장이다. 세가지 모두 평화와 거리가 먼 의제들이다. 북한의 핵 문제는 한미일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한국의 대만 문제는 완전 다른 문제다. 미국이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도 언급했듯이 “주저하던 한국이 마침내 대만 문제에서도 미국과 안보적으로 공조하기로 ‘결심’한 순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 저변에는 대만 문제에 한국이 간여하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다. 이는 우리 국익과 관계없이 미국의 국익만 내세우는 형세이기 때문이다.
전쟁이든 평화든 선택은 우리의 몫
올해 3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우리나라에서 진행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 세계적인 권위주의 부상 등 도전에 맞서 민주주의 진영의 결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회의다. 1차 회의는 2021년 미국 주도로 열렸고, 2023년 3월 2차 회의는 미국과 한국(인도·태평양), 잠비아(아프리카), 네덜란드(유럽), 코스타리카(중남미) 등 5개국이 공동 주최해 110개국을 초청했다. 러시아와 중국, 베트남과 이란 등은 배제했다.
미국은 한반도 평화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다. 미국이 평화의 깃발을 올릴지 내릴지에 따라 한반도 평화가 좌지우지된다는 점은 서글프지만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베제테우스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라고 말했지만, 프랭클린은 “좋은 전쟁 또는 나쁜 평화는 없다”라고 했다. 선택은 여전히 우리 몫이다.
안우리 인문콘텐츠학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