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22대 총선이 기후선거가 되기를 바라며

2024-03-05 13:00:01 게재

2024년 3월 초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야 할 시기에 우리는 변덕스러운 꽃샘추위와 봄의 온기 사이에서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반복되는 작은 혼돈 속에서도 ‘결국 봄은 오리라’는 희망을 품으며 2024년이 지난해보다 나아지길 기대한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경험하는 이 비슷한 상황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봄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마음의 너그러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요즘 거의 모든 이슈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4월 10일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다. 선거 기간 동안 느껴지는 감정은 꽃샘추위 속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세월이 흐르고 선거에 참여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커져가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냉소다. 대부분의 후보가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나, 그 약속은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솜사탕이 물에 닿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국민에게 실행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공약(公約)인데, 구멍의 뜻인 혈(穴)과 발음요소인 공(工, 장인 공)이 더해져 땅을 파서 구멍을 만든다는 의미의 빌 공(空)자로 시작하는 공약(空約)이 돼버린다.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이해관계만 가르며 세상의 방향을 갈 지(之)자 처럼 왔다갔다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정치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 국회의원은 선거구민의 의사에만 얽매이지 않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 유권자의 욕망이 ‘지역의 발전’에 쏠려있다고 해도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우선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국민 모두에게 중요한 공익을 바라보고 실행할 의지다.

그렇다면 ‘기후문제’는 어떨까? 이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이익과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목표와 직결되어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여야, 진보와 보수, 좌우 등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모든 집단이 공동으로 나서야 할 과제다. 특히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 사회와 경제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은 근본적인 재정립을 요구하며, 기존의 이해관계를 탈피해서 완전히 새로운 관계로 재구성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국회의원들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작금의 중요성과 다르게 의원들의 행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린피스 조사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들 중 다수인 80.2%가 ‘기후위기 대응이 의정활동에서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의정활동 내용’을 기입한 의원들은 34.7%에 그쳤다. 생각과 실천이 일치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으로 실천할 의원들의 수가 과반을 넘어 절대 다수가 되어야 한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의 정치 무대는 기후위기 대응을 중심으로 한 정책 경쟁이 부족하지만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 기후변화는 환경문제를 넘어 국가의 경제 외교 고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로 자리잡았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같은 국제적 조치는 국가와 기업에게 기후 대응 전략 수립을 촉구한다.

특히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4년 5월에서 2028년 5월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달성을 위한 전환적 조치와 빠른 실행이 요구되는 중대한 시점이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며 경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후대응기금 확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개발, 수소 공급망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후에너지부 신설, 재생에너지 확대와 R&D 예산 복원을 강조한다. 또 두 정당 모두 기후·환경 전문가를 영입해 기후정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후 유권자 되는 길에 미래 달려 있어

그러나 이러한 정책 경쟁과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이 양당체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민환경단체들이 ‘기후총선’을 강조하며 기후환경 이슈를 중요한 선거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중요한 발걸음이다.

2024년 총선이 기후대응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기후선거가 되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 유권자들은 공약집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후보들을 확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한다. 이제 유권자들은 단순히 정책을 비교하는 것을 넘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천의지가 강한 후보를 지지할 필요가 있다. 바로 기후유권자가 되는 길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기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