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이재민, 삼육대서 초청 장학생 유학 마쳐
앙카라대 한국어문학과 투체 에센 학생
“고향 복구되면 한국문화센터 열고파”
대지진으로 이재민이 된 튀르키예 유학생이 삼육대 한국어학당에 초청돼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몇 주 후 개강했지만, 투체는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공부가 손에 잡힐 리 없었다. 학업을 그만두고 일자리를 얻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족을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유은미 앙카라대 교수는 공동연구과제를 수행하던 이승연 삼육대 한국어학당 센터장(글로벌한국학과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센터장은 학교 당국과 협의해 투체를 6개월(가을·겨울학기) 동안 한국어학당에 초청하기로 했다. 유학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어학당 등록금 300만원도 전액 면제해 줬다.
이 센터장은 “재난 현장을 떠나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어문학과 학생으로서 더 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학생 개인은 물론 가족과 지역사회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체 학생 가족들 역시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투체가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 용기를 줬다.
삼육대 한국어학당에 입학한 투체 학생이 지원받은 것은 등록금만이 아니었다. 삼육대 교수 부인들이 운영하는 장학·봉사단체 삼육사랑샵은 투체 학생의 사연을 듣고 유학 기간 기숙사비 전액 15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여기에 이승연 센터장과 유은미 교수는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50만원씩 5개월 동안 총 250만원을 사비로 지원했다.
투체 학생은 “많은 분의 도움 덕분에 안정적인 환경에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며 “한국 유학은 튀르키예에서 하던 공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튀르키예에서는 수업이 끝나면 한국어와의 연결이 끝나지만, 한국에서는 지하철, 버스, 길거리, 식당 등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체 학생은 지난 2월 말 겨울학기 종강식을 마치고 최근 튀르키예로 돌아갔다.
그는 “튀르키예에서도 학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고향 하타이가 복구되면 그곳에 한국문화센터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학업을 그만두려던 순간 나에게 주어진 이 귀한 경험은 앞으로 더 큰 결심으로 한국어 공부를 끝까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더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들께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