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의 도시정원, 서울을 바꾼다
서울시 도시 곳곳에 ‘미니 가든’ 조성
일상 속 정원·사회적 약자 중점 배려
콘크리트로 가득찬 삭막한 서울이 녹색도시로 바뀔 수 있을까.
서울시가 도시 곳곳에 1000개의 정원을 만드는 ‘매력가든·동행가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핵심은 대형 정원이 아닌 작은 정원을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정원도시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간이 부족해 전남 순천시처럼 초대형 정원을 조성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900만명 이상 모여 사는 서울에 큰 정원 한두개가 들어선다고 해서 정원도시를 체감하기도 힘들다. 대신 곳곳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시민들이 일상에서 녹지와 숲을 맛볼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
시는 그동안 1인당 도시공원면적, 공원율 등 녹색지표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시민이 체감하기엔 부족했다. 특히 일상 속에서 ‘녹색’을 만날 수 있는 생활권 녹지 확충은 아쉬움이 컸다.
해외 선진 도시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받았다. 영국 독일 싱가포르 등은 도시의 매력을 증진하는 주제로 ‘정원’을 채택해왔고 이를 도시경쟁력으로 삼아 관광 활성화를 일궜다. 싱가포르는 이른바 ‘파크커넥터’ 정책을 도입해 모든 녹지를 연결하는 가든시티를 만들고 있고 영국은 지역 주도 방식으로 정원도시를 만들고 세계적인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정원문화가 시민 삶의 중요 요소로 자리잡은 건 국내도 마찬가지다. 순천만 보전을 위한 에코벨트로 시작해 매년 관광객 900만명을 유치하는 순천시, 오염된 태화강 복구사업을 시작으로 도시 전반을 정원으로 가꾼 울산시가 대표적이다.
◆천편일률적 정원 지양 = 시는 1000개의 작은 정원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두가지 주요 방향을 세웠다. 우선 정원의 ‘색’이다. 녹색 일변도의 천편일률적 정원은 지양한다. 다양한 색과 조경으로 다채로움이 있는 작은 정원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봄에만 꽃이 피는 정원이 아니라 수종을 다양화해 꽃이 피고 지면서 사계절 자연스러운 개화가 이어지도록 한다. 수종별 개화시점과 기간, 순서를 고려해서 꽃과 나무를 심는다. 각 자치구에도 동일한 방법을 적용해 지역에 따라 정원 품질에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또다른 원칙은 조화가 아닌 생화의 활용이다. 관리가 편한 조화 대신 자연 식물의 효과에 주목했다. 인공구조물에도 반드시 자연적 식생이 결합되도록 설계단계부터 계획된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공간과 장소 특징에 따라 주제를 분류하고 그에 맞는 정원을 만들도록 했다. 장소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정원은 금세 질리거나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가로정원 숲길정원 컨테이너정원 옥상정원 수직정원 등 공간 유형별로 가이드를 제시한다.
동행가든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간으로 꾸민다. 노인종합복지관과 시립병원에 치유와 요양을 돕는 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시 산하 의료기관(12곳) 및 시립노인복지관(91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장애인시설에도 적극적으로 정원을 조성한다. 장애인학습지원센터 재활자립작업장 등 장애인 이용이 많은 시설에 장애인 및 가족과 함께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대형정원 단일 품목이 아닌 이른바 ‘다품종소량생산’으로 작은 정원을 만들려면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민이 정원조성에 참여하고 관리에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수연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출퇴근길, 주말 나들이, 장보러 가는 일상 속에서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시민 삶 바로 곁에 1000개를 만들 것”이라며 “시민들에게는 행복과 치유를, 서울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매력을 전달하는 정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