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업단지 환경오염조사 ‘지지부진’
입주업체 버티기로 지연
주민 등 조사범위에 반발
국내 최대 규모 중화학 공업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31㎢) 환경오염 조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관련 업체 버티기와 주민 반발 등이 겹치면서 발암물질 발생원인 등을 규명하는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
8일 전남도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여수산단 대체녹지 1구간에서 검출된 발암물질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토양정밀조사가 7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 이에 여수환경운동연합 등이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토양정밀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여수시는 지난해 7월 여수산단 대체녹지 심토층에서 발암물질인 비소와 불소 등이 기준치보다 3~4배 이상 검출되자 대체녹지를 조성한 GS칼텍스 등 6개 기업에 원인 분석과 함께 토양정밀조사 등을 실시하라고 통보했다. 대체녹지는 2019년 이들 기업이 산업단지 녹지에 공장을 증설하면서 조성됐고, 2022년 여수시에 기부채납했다. 대체녹지 조성에 들어간 흙 28만8000㎥는 공장 증설 부지에서 반입했다. 여수시는 당시 토양환경보전법(10조의4)을 적용해 이들 기업을 발생 원인자로 지목하고 토양정밀조사를 통보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발생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며 토양정밀조사 등을 거부하고 행정소송 등을 준비했다. 최근 입장을 바꾼 6개 기업은 내부 협의를 통해 토양정밀조사를 수용하고 조사업체 선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조사 범위를 대체녹지 1구간에 한정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조사범위를 대체녹지 전체(3구간)로 확대하고 조사업체 선정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공장 증설 부지에서 반입한 흙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만큼 조사범위를 대체녹지 전체로 확대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수시 관계자는 “대체녹지 2·3지구는 아직 기부채납이 안 된 상태”라며 “기부채납이 이뤄질 때 토양정밀조사 결과까지 함께 받아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사건’으로 촉발된 전남 여수산단과 주변마을 환경오염실태조사(실태조사)도 늦어지고 있다. 2019년 측정업체와 짜고 배출량을 조작했던 여수산단 90개 입주업체는 지난해 업체별 실태조사 분담금(26억원)을 뒤늦게 합의하고 올해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지난 1월 15일 실태조사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하지만 조사대상지역에 포함된 여수 삼일동 주민 등은 착수보고회 때 밝힌 조사지역이 당초 합의했던 지역과 달리 두리뭉실하게 설정됐다며 추가 설명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주민 요구에 따라 추가 주민설명회를 열어 세부 측정지역을 확정 지을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을 못 잡았다”고 말했다.
한편 여수산단과 주변마을 환경오염실태조사는 산단과 5개 주변마을(5㎞) 주민건강 역학조사로 나눠 진행되며, 실태조사는 24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