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3주째, 시민 “무엇보다 환자생명 우선”
의대 교수 “정부 전공의 압박 통하지 않을 것”
“교수도 MZ 의대생 통제할 수 없는 분위기”
의대 정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3주째 접어들면서 환자들의 불편은 물론 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도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길어지면서 시민들 반응은 곱지 않다. 7일 오후 서울 은평성모병원.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해 의사 수는 부족했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병원을 메우고 있었다. 아픈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치료나 수술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했다.
이날 눈 치료를 하기 위한 지방에 올라왔다는 50대 여성은 “의사 늘린다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이탈하고)그러면 안 된다”며 지방에서 오가는데 치료 일정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다. 진료 대기를 하고 있던 60대 여성은 “의사들이 저러는 게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환자의 생명이 우선이니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를 태우고 온 택시기사는 “젊은 의사들이 자기들 미래와 관련된 거라 반대할 수 있죠. 그런데 손님들이 욕 많이 해요. 반대하더라도 진료는 해야죠”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대형병원 관계자는 “남은 의료진이 밤새 당직을 선 뒤 외래 환자를 보는 상황이라 피로가 쌓이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지역 대학병원 간호사는 “전담 간호사나 진료보조 간호사는 아침 출근해서 10시간 이상 일하고 휴무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의 간부급 교수는 “짧으면 한 달, 길어야 두 달이면 상급병원들이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자인 전공의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진행되면 교수들의 집단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 생각과 달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의협 등 선배 의사들과 관계없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면허정지 등의 정부 압박이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생들 반발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휴학 허가를 막고 유급으로 인한 등록금 손해 등이 부각되면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란 정부 생각은 기성 세대적 관점”이라고 말했다. 한 의과대학 행정직 직원은 “교수들도 학생을 통제할 수 없는 분위기”이라면서 “MZ세대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다수도 최근 의료계의 집단 반발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84%가 의대 증원에 동의했고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11%뿐이었다. 의대 정원 논란이 국민건강과 필수의료를 담보로 한 강대강 대치로 치달으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김기수 김규철 장세풍 박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