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즐거움 나누는 '또래 1인가구 모임' 눈길
강북구 ‘뿌꾸동아리’로 관계망 형성 지원
회사동료·고교동창도 함께 문화생활·공부
“지금 이 자리에 참여하게 된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해주세요.” “설렘. 매달 만나는 것도 기대되고 특히 7월 삼겹살이 너무 기대돼요.” “앗! 삼계탕인데 삼겹살이 드시고 싶은가 봐요. 바꿀까요? 또 다른 분은요?” “기쁨이요. 개인적으로 기쁘고 서로가 기쁨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 자리를 기다리며 참 설렜고 이렇게 모이니 너무 기쁩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1인가구지원센터 교육실. 둘씩 셋씩 짝을 지어 마주앉은 2030 여성들이 까르륵 까르륵 웃음을 터뜨리며 대화를 이어간다. 둘러앉은 탁자에는 ‘자영업’이니 ‘문화살롱’이니 ‘나부터’ 같은 명패가 놓여 있다. 오는 10월까지 매달 한차례 이상 해당 이름으로 뭉쳐 취미나 문화활동 배움을 함께해 갈 동아리 구성원들이다.
15일 강북구에 따르면 구는 1인가구와 예비 1인가구가 자조모임을 구성해 각종 체험을 함께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사회관계망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지난 12일 사전교육을 시작으로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될 ‘뿌꾸동아리’다. ‘뿌꾸’는 강북구의 ‘북구’를 거세게 발음한 표현이다.
지난달 공개모집을 했는데 4개 동아리가 신청을 했다. 혼자 사는 회사 동료들이 마음을 맞추고 고교 동창이나 연령대가 다른 사회친구들이 뜻을 모으기도 했다. 정기적인 여가생활, 혼자서는 어려운 자기계발과 학습을 함께하며 1인가구 정보 공유하기, 나부터 실천하며 지구환경에 도움을 주는 삶 살기, 혼자사는 사람끼리 즐거움 나누기 등 동아리별 목표도 정했다.
수유동에 사는 장유진(25)씨와 이웃 송중동 주민인 권수빈(24)씨 등 네명은 동네 친구를 만들고 싶어 ‘유희수다’로 뭉쳤다. 구성원들 이름에서 한글자씩 따 동아리 명칭을 지었는데 ‘전시나 연극을 관람하고 공방 등을 찾아다니며 즐기고 수다 떨겠다’는 목표와도 들어맞는다. 유진씨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멀리 사는 친구에게 만남을 청하기는 부담스러운 때가 있다”며 “퇴근길에 연락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조장을 맡은 수빈씨도 “연극이나 전시를 매번 혼자 가기는 좀 그렇다”며 “동아리를 구성할 때부터 두번 만났는데 산책이나 수다를 함께할 친구가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들 네개 동아리는 10월까지 매달 한차례 이상, 총 8회 이상 스스로가 계획한 활동을 하게 된다. 7월에는 중간점검 겸 다른 동아리 구성원까지 모여 삼계탕과 화채를 만들어 나눌 예정이다. 11월에는 그간 만남을 돌이키며 소감을 전하는 활동 공유회가 기다리고 있다. 한은주 센터장은 “학교나 회사 일정 등으로 모임 날짜를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관심사가 비슷한 연배가 함께 모이면 상승효과가 발생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 청년을 포함해 2022년 기준 강북구 1인가구는 5만1134명으로 전체 가구 대비 39.0%를 차지한다. 서울시 전체 평균 38.2%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중장년층인 40~64세가 1만9034명으로 가장 많고 20~39세 청년이 1만6815명으로 뒤를 잇는다. 강북구는 연령대는 물론 이혼과 사별,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년층 등 1인가구를 구성하게 된 사유까지 고려해 다양한 주민들을 위한 맞춤형 모임과 프로그램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일자리센터 등 관련 기관을 연계해 상승효과를 내고 사회적으로 단절된 1인가구를 발굴해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며 “다양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사업들을 펼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1인가구 주민들 삶에 든든한 힘이 되는 강북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