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0% 감축 시급…대규모 금융지원에 시중은행도 참여
기업 탄소배출 감축 등 420조원 규모 보증·저금리 대출 지원
‘화석연료→청정에너지’ 금융수요 160조 중 23조 모험자본 투입
금융위원장 “9조원 규모의 투자로 기후기술 기업도 적극적으로 육성”
정부가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1단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1단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2018년 대비)을 40% 줄이는 것으로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감축과 청정에너지(태양광 풍력 수력 등) 발전 설비 확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19일 오전 금융위원회는 민관합동으로 2030년까지 452조원 규모의 기후 위기 대응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장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시중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기후변화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뿐만아니라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풀어야 할 과제”라며 “기업들이 공정을 전환해 탄소를 적게 배출하거나 탄소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발전 전기를 청정에너지로 발전 전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원 확대방안은 크게 3가지다. 첫째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을 위해 연평균 36조원 규모로 공급되고 있는 녹색자금 공급량을 확대해 2030년까지 420조원(연평균 60조원)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둘째, 청정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설비 증설 지원이다. 5대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9조원 규모의 미래에너지 펀드를 조성하고, 정책금융기관의 후순위 대출과 지분투자 등으로 14조원을 공급해 23조원의 모험자본이 시장 자금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셋째, 미래 먹거리 개발을 위해 기후기술 분야에 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3조원 규모의 기후기술펀드를 조성하고 혁신성장펀드(5조원)와 성장사다리펀드(1조원)도 투자에 나선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탄소 규제 = 정부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선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국가간 탄소가격 차이에 따른 자국 제품경쟁력 약화, 탄소누출, 무임승차 방지를 위해 수입품에 과금 성격의 탄소가격을 부과하기로 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서는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또 EU와 영국, 중국 등이 2035년 전통 내연기관차의 판매 금지를 선언했고 플라스틱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수출 주도의 한국경제는 탄소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수출 감소,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탄소배출 및 전력사용량이 많은 제조업의 수출 비중이 높아 각국의 환경규제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후기술 개발도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상용화된 기술만으로 감축할 수 있는 탄소배출양은 2050년 글로벌 총 예상 배출량의 약 43%에 불과하다. 전 세계 각국이 기후기술에 대규모 투자지원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기술 시장은 연평균 24.5%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한 시장으로 기후기술은 향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탄소배출 감축과 청정에너지 발전 설비에 들어가는 제품을 국산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김 위원장은 “9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기후기술 기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기후기술 산업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최대 3년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정에너지 발전설비 증설 필요자금 188조원 = 글로벌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협력업체들에 대해 청정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추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또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대로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2030년 온실가수 감축량은 국가 감축목표 대비 약 29.5% 수준에 불과하다.
화석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바꾸는 발전 시설의 대대적인 교체를 단행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1.6%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전 시설 증설을 위해 약 188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28조원을 조달할 경우 금융수요는 약 160조원으로 추정됐다. 해상풍력 등의 경우 대출부터 회수까지 최대 약 25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대출에 소극적이어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
금융위는 “시장에서 160조원이 조달되기 위해서는 후순위대출과 지분투자 등의 모험자본 54조원의 공급이 필요하다”며 “23조원을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공급함으로써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 중심에는 9조원 규모의 미래에너지펀드가 있다. 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이 출자해 조성하고, 시중은행의 위험가중치를 현행 400%에서 100%로 낮추기 위해 산업은행이 위험흡수역할을 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의 적극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지원체계를 마련했다”며 “정책금융기관이 일부 위험을 부담함으로써 은행의 위험가중치를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정부-정책금융기관-은행이 협업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의미 있는 첫 걸음마를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번 금융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의 준비에 은행권이 동참하게 돼 뜻깊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은행권이 녹색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발전에 이바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기후금융협의체를 구성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적재적소에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미래대응금융TF’를 통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장기과제를 발굴·검토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