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수출길 열고, 해외인턴 가교 역할
도봉구 지자체 활동영역 넓혀
미주지역·필리핀 한인회 협력
“발 모양에 딱 맞고 헛도는 느낌이 없어요. 미국에서 판매하는 건 대체로 동남아에서 수입한 것들인데 평소 신던 그 제품들하고는 품질 자체가 달라요.”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봉구청을 찾은 노상일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이 운을 떼자 오언석 구청장이 농담처럼 이어받는다. 그는 “더 신기 싫은데 구멍이 나거나 닳지 않아서 버릴 수가 없다”며 “한두번 신으면 헐거워지는 다른 나라 제품과 달리 발목 부분이 쫀쫀해서 우리 브레이킹 국가대표도 신는다”고 강조했다. 도봉구는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시안게임과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Breaking) 실업팀을 창단했다.
20일 도봉구에 따르면 구는 양말과 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지역 중소상공인을 위한 수출길을 닦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한곳인 미국은 한인상공회의소를 통해 집중 공략하고 필리핀은 자매도시 한인회에서 돕기로 했다.
2023년 3분기 현재 도봉지역에는 1만2401개에 달하는 소상공인이 활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양말은 주력 산업에 속한다. 구는 지난해 10월 해외시장 개척단을 파견하면서 미국 한인상공회의소와 인연을 맺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린 ‘세계한인 비즈니스 대회’에 도봉양말제조연합회 8개 업체와 화장품업체가 참여해 현장판매와 상담, 시장조사를 했다. 당시 노상일 수석부회장과 짐 구 오렌지카운티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이 오언석 구청장을 비롯한 방문단을 직접 안내하며 환대했다. 참여 업체들은 2만 달러 현장판매, 10만 달러 수출계약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 13일에는 오렌지카운티 한인상공회의소와 사업 협력·교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상공회의소는 도봉구 중소기업 미국 시장 진출 지원과 경제단체 교류 등을 약속한 데 이어 내년에 예정된 미주한인 비즈니스 대회(K-Global Expo) 참가를 권했다.
짐 구 회장은 “상공회의소 이사 96명과 400개 이상 회원 기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진출해도 연계가 잘 될 것”이라며 “도봉구 기업들 요구를 파악해 수출이나 지사 설립 등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구청장은 이날 지난해 처음 시작한 청년 해외 인턴을 위한 가교역할도 부탁했다. 지난해 3명을 해외 기업과 연결한 데 이어 올해는 7명으로 수혜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노 수석부회장은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는 물론 각 기업과 청년들 정보를 공유하고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필리핀 일로일로시와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 방문한 참에 현지 관계자들에게 도봉구 양말산업을 홍보하고 한인회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결연 체결 이후 이어진 오찬과 간담회에서 제리 트레냐스 시장을 비롯해 시의원과 주요 간부 등에게 도봉구를 대표하는 ‘은봉이’ ‘학봉이’가 새겨진 양말을 알렸다. 전날 저녁에는 한인회와 간담회를 하며 도봉양말을 알리고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도봉구는 이와 함께 권역별 소상공인 매니저를 통해 기업들 어려움과 요구를 파악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연계해 자문을 제공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 18명이 온라인 홍보와 매장 연출, 세무 등을 돕는 형태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지난해와 올해 미국 로스엔젤리스 시장을 개척한 데 이어 내년에는 애틀랜타까지 공략할 것”이라며 “해외 무역사절단과 해외시장 판로개척 등을 통해 수출을 희망하는 업체를 전폭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