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회 파행 장기화 파장

2024-03-20 13:00:19 게재

1차 추경예산안 처리 불발

서울편입 촉구 결의안 때문

경기 고양시의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됐던 예산안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다. 당장 다음달 열리는 고양국제꽃박람회 준비에 차질이 예상된다. 지역 소상공인들이 기다리던 지역사랑상품권(고양페이) 사업도 중단됐다.

20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소집한 고양시의회 임시회가 회의 한 번 열지 못하고 18일 자동 산회됐다. 4일 임시회를 열었으나 의석의 절반인 민주당 시의원 17명이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이후 회기가 끝난 것이다.

이번에 처리하려던 399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지난해 집행부와 시의회 갈등 때문에 제대로 처리 못한 올해 예산안을 정상화하는 예산이다. 지역사랑상품권(고양페이) 할인 비용 61억원,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등 8억원, 국립통일정보자료센터 부지 설계 변경비 8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집행부와 시의회 업무추진비 28억원도 들어있다. 집행부와 시의회가 기싸움을 벌이면서 전액 삭감한 예산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집행부와 의회 사이의 갈등은 지난달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동환 시장이 시의회 여야 대표들을 만나 화해했고 임시회를 소집해 추경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갈등을 봉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회 내 여야 갈등이 파행을 불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서울편입 촉구 결의안’이 발단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민생예산 범위를 두고 다투던 여야 의원들은 서울편입 촉구 결의안 발의를 두고 한 치 양보 없이 맞섰다.

시의회 파행 여파는 상당하다. 우선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고양페이 사업이 관련 예산이 없어 중단됐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사업을 하지 못하는 곳은 고양시가 유일하다. 다음달 26일 열리는 고양국제꽃박람회 행사도 차질이 우려된다. 30개국 대사급 인사들을 초청했는데 예산이 없어 손님 맞을 준비를 하지 못할 처지다.

축제 주차장 문제도 골칫거리다. 일산 호수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고질적인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시 소유 킨텍스 지원부지 등을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해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시의회에서 임시주차장에 대한 사용료 면제 동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의회 파행이 언제 끝날지 몰라 승인 여부를 알 수 없는 처지다.

고양시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바이오특화단지, 일산테크노밸리, 노후계획도시 정비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려면 예산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면서 “시의회가 지역 발전과 시민 이익을 위해 대승적으로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주민들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지난해 벌어진 집행부와 시의회 갈등이나 이번 사태를 빚은 시의회 내 여야 갈등 모두 민생과는 무관한 양측 기싸움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고양시민 정 모(51)씨는 “시의회가 최소한의 자기 소임도 하지 않고 싸움만 벌이고 있는 게 한심하다”며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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