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공무상 재해’ 당해도 보상 못받아

2024-03-25 13:01:41 게재

국회·지방의원은 보상규정 있어

단체장들 “평등권침해·입법흠결”

지난해 9월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이 목욕탕 화재 현장 점검을 나갔다가 2차 폭발사고로 상해(화상)를 입었지만 공무상 재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치료를 해야만 했다. 공무원은 물론 선출직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들은 모두 직무로 인한 상해 등에 대해 보상 근거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만 공무상 재해보상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치단체장은 직무 특성상 주민들을 직접 접촉하는 일이 빈번하고 공무원의 통상 근무시간이 아닌 야간이나 주말에도 근무하는 일이 많지만 공무상 재해를 입었을 때 적절한 보상과 치료 재활 등 직무복귀를 위한 지원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1일 오후 부산 동구의 한 목욕탕 지하 1층에서 불이 난 가운데 현장에 방문한 김진홍 동구청장이 2차 폭발에 의해 얼굴과 손등에 화상 피해를 입고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사진 부산동구 제공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25일 자치단체장에 대한 공무상 보상제도가 필요하다며 국회와 행정안전부에 관련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에 따르면 현재 모든 공무원은 공무원재해보상법에 따라 업무상 부상·질병·장애·사망 시 적절한 보상을 받고 있다. 단 선거에 의해 취임하는 공무원은 공무원재해보상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들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재해 보상을 받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모든 선출직 공무원이 재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법 제42조(상해·사망 등의 보상)의 1은 ‘지방의원이 직무로 인해 신체에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와 그 상해나 직무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 더 구체적이다.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상해·사망)는 ‘국회의원이 직무로 인하여 신체에 상해를 입은 때에는 그 치료비의 전액을 지급하고, 그 상해로 신체 장애인이 된 때에는 수당의 6개월분 상당액을, 그 상해 또는 직무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때에는 수당의 년분 상당액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에 대한 보상 규정은 아직 없다. 지난해 부산 동구 목욕탕 폭발사고 때 부상당한 공무원은 김진홍 구청장 외에 소방관 8명, 경찰관 3명, 부산동구 직원 5명이다. 이들 중 김 구청장을 제외한 공무원 16명은 모두 직무상 재해보상의 대상이 됐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방자치법을 개정, 관련 규정을 추가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시장군구수청장협의회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은 근무시간 출장 휴가 등 복무와 관련한 기준을 관계 법령에 따라 일반공무원과 같이 준수하고 있으므로 공직자의 직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무상 재해도 같이 적용받는 것이 타당하다”며 “자치단체장을 공무상 재해보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평등권 침해이자 입법상 흠결로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법조계의 해석은 다양하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성무용 전 충남 천안시장 등 전·현직 단체장 7명이 공무원연금제도와 관련해 제기한 위헌소송(2012헌마459)에서 “지자체 장은 특정 정당을 정치적 기반으로 해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고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신분보장이 필요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지자체장을 위한 퇴직급여제도를 마련해야 할 입법적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무상 재해보상과 관련해서는 다른 의견이 제기됐다. 당시 헌법재판관 3명은 “공무원연금제도는 퇴직연금 외에도 퇴직수당, 공무상 재해보상급여, 각종 부조급여를 실시하는 등 폭넓은 보장기능을 갖고 있다”며 “지자체 장을 공무원연금법상 급여 중 퇴직수당이나 공무상 재해보상의 적용에도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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