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접근성(accessibility)에 대한 인식

2024-03-26 13:00:02 게재

접근성은 능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제품 서비스 환경에 대해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 서비스 환경 자체로 접근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추가 장치 조치 등을 통해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일부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경사로, 자동문, 음성인식 기술 등이 장애인의 접근성을 개선하려고 설계·개발되었지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사례만 보면 접근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자동차 냉장고 등 각종 제품에서 손잡이, 물리버튼 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디자인 관점에서 큰 발전이지만 접근성 관점에서는 위기다. 상점에서의 주문방식이 큐알(QR)코드나 키오스크로 바뀌는 것도 이용자에게는 편리성이, 사업자에게는 수익성이 향상되었다고 느낄 수 있지만 노년층, 시각장애인에게는 장벽으로 여겨질 수 있으며 소외될 수 있다.

접근성 개선을 위해서는 제품의 설계와 개발 단계부터 접근성을 기본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기업이 접근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부정적인 요소로 디자인을 일정부분 양보해야 할 수 있고 원가절감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노년층의 접근성 개선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관점에서 제품·서비스의 소비대상을 더 넓힐 수 있으며,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접근성 개선 위해 법·표준·인증 제정

기업이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려면 접근성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해외에서는 장애인인권법을 시작으로 접근성 관련 법·표준·인증의 제정도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4년 ICT제품 조달 관련한 접근성 표준을 제정했으며, 2019년에는 유럽접근성법(EAA)을 승인했다. 스페인 온세(ONCE)재단과 영국왕립시각장애인협회(RNIB)에서는 접근성이 높은 제품에 민간인증을 수여하고 있다.

미국은 장애로 인한 차별금지를 목적으로 1990년대 제정된 미 장애인법(ADA)을 토대로 시설 설계 표준을 만드는가 하면, 2000년대에는 ICT조달 표준과 통신·비디오 접근성에 대한 법을 제정한 바 있다. ADA 표준과 관련한 인증은 없지만 제너럴 일렉트릭(GE) 등은 해당 표준에 적합한 제품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지능정보화기본법에 따라 웹접근성과 스마트폰 키오스크 등의 접근성을 의무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 법·표준·인증의 대상은 ICT조달, 키오스크 및 공공 인프라 위주다. 기술발전으로 인해 스마트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전제품은 가정 내에서 매일 필수로 사용되고 우리나라가 조만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이 가전 접근성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적절한 시기라고 본다.

새로운 시장창출과 지속성장도 가능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도 접근성 인식 확산, 업계의 접근성 대응 방법, 추진 방향 수립 등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장애인·노년층을 포함한 모두를 위해 접근성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관점과 분위기를 기반으로 법·표준 제정, 인증제도 도입 등 기반 마련과 제품에의 적용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창출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