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가 스며드는 산업단지
올해 초 세계 최대 IT 전시회의 CES 2024 개막과 함께 주목받았던 ‘스피어(Sphere)’는 높이 111m, 지름 157m 규모의 구형 건축물이다. 스피어가 사람을 유인하는 매개체가 된 것은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이 문화와 융합되어 오늘날 사람들의 멀티미디어 생활양식과 욕구에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통령의 창원지역 민생토론회에서는 “문화가 풍부한 산업단지 조성”이 강조되었다. 과거 생산중심의 산업단지는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이 되었고, 빈 일자리 중소기업에는 청년들이 취업을 주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청년들이 찾지 않는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으로 힘들어하고, 신규 투자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지금껏 산업단지는 신산업과 경제성장의 물적 토대였고 심장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찾지 않는 산단에서 기업의 성장과 한국경제의 발전은 옛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청년이 찾고 머물고 싶은 산업단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문화가 스며드는 산업단지로의 전환에서 질문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청년들의 기피지역 된 생산중심 산단
현재의 산업단지는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의 기반 위에 사람들이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문화의 융합이 중요하다. 스피어가 단순히 볼거리에만 집중했다면 라스베이거스의 여러 공연물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배려한 문화와 첨단기술의 조화는 스피어를 찾는 모두에게 단순한 경험 이상의 감동을 가져다주었다. 산업단지 내 문화를 적용하는 문제도 이와 같다.
청년들이 원하는 문화공간이 산업단지와 적절히 어우러져야 한다. 자신의 일터를 오고 가는 길목에서 공연장 전시장 커뮤니티센터 등 문화공간에 들러 청년들간 세대문화를 형성하고 공유한다면 산업단지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융합되고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산업단지와 문화의 융합을 위해서는 정부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역할 또한 중요하다. 기업과 근로자의 수요에 맞는 문화사업 발굴과 노후산업단지 재생,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개선까지 산업단지의 문화 적용을 위한 다양한 협력이 요구된다.
최근 산업부와 문체부, 국토부가 특별전담팀을 꾸리고 협업에 나선데 이어 산업부장관과 문체부장관이 산업단지와 문화의 융합이 일어나는 창원국가산업단지를 찾았다. 1980년대 준공된 구 동남전시장 건물이 오랫동안 방치돼 있다가 산업부와 문체부의 협업을 통해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하며 근로자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현장 중심의 부처간 협업과 고민들이 산업단지 내 문화 필요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청년들이 살며 일하고 싶은 산업단지 조성을 앞당길 수 있다. 산업단지 디지털전환이 기업과 기업, 산업과 산업을 잇는 연결고리라면 산업단지와 문화의 융합은 사람과 일터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과거에는 도로 전력 등이 기업 생산활동에 필요한 대표적 산업단지 기반시설이었다면 이제는 기업과 근로자가 다양성과 창의성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정부 부처간 협업을 통한 역할 중요
산업단지의 디지털전환이라는 변화 혁신과 함께 문화와 여가가 공존하는 균형잡힌 삶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변신이 필요하다. 청년과 기업이 다시 찾을 수 있는 산단 조성을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 민간 모두가 산업단지와 문화의 융합에 집중해야할 때다.
이상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