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배제한 코로나 재난지원금 ‘위헌’
헌재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해당" 판단
정부의 ‘새만금 지자체 관할’ 결정 ‘합헌’
‘탄핵안 철회·재발의’ ‘사드 배치’ 적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외국인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영주권자나 결혼이민자에게는 지급하는 지원금을 난민에게 주지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또 새만금방조제의 지자체 관할을 행정안전부가 결정한 것은 합헌이며, 탄핵한 발의→철회→재발의 절차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소장 이종석)는 28일 외국인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사건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가구구성 및 이의신청 처리기준(2차)’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2018년 3월 난민 인정을 받은 A씨는 2020년 5월 인근 주민센터를 찾아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주민센터는 “외국인은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의 경우에만 지급 대상”이라며 반려했다. 이에 A씨는 헌재에 “평등권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A씨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건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난민 인정자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그 회복을 위한 지원금 수급 대상이 될 자격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1994년 이후 지난해 6월 말까지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1381명이므로 난민 인정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재정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가족관계 증명이 어렵다는 행정적 이유 또한 합리적인 배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헌재는 이날 새만금방조제 관할권 결정 주체를 지방자치단계가 아닌 정부에 둔 옛 지방자치법 규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옛 지방자치법 4조 3항에 대한 군산시의 헌법소원청구 사건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신생 매립지의 관할을 결정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새만금 1·2호 방조제는 지난 2015년 행자부 산하 지방자치단체 중앙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 심의를 거쳐 1호 방조제(4.7㎞)는 부안군, 2호 방조제(9.9㎞)는 김제시로 관할이 나뉘었다.
이 결정에 불복한 군산시는 “해상경계선을 관할권으로 정하지 않은 조정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11월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군산시는 재차 같은 해 조정위의 결정 근거가 된 옛 지방자치법 4조 3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으나 이 역시 기각되자 정부 결정이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며 이번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군산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일반적으로 공유수면은 그 해상경계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반면 그 매립지는 그 주체와 목적이 명확하게 정해져있다”며 “수면의 경계를 매립지의 경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공유수면과 매립지의 성질 차이를 종합해 보면 신생 매립지는 이전 관할구역과는 연관성이 없고 행자부 장관의 결정으로 관할 지자체가 결정된다”며 “결정 전까지 관련 지자체는 어떠한 자치권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행자부가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을 정하는 것은 지방자치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헌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가 철회 후 재발의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지 않아서 이를 발의한 국회의원은 본회의 동의 없이 철회할 수 있다”며 “청구인들에게는 탄핵소추안 철회 동의 여부에 대해 심의·표결할 권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한 자체가 없어 침해될 권한도 없는 것이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부적법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또 정부가 미국과 협정을 체결해 사드를 배치한 행위가 인근 지역 주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경북 성주군·김천시 주민들과 원불교도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2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모두 각하했다.
헌재는 “이 사건 협정은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평화적 생존권 침해 주장에 관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외부의 무력 공격을 전제한 공동방위를 목적으로 하고 이에 근거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실험 또는 도발에 대응한 방어태세”라며 “(사드 배치를 뒷받침하는) 주한미군과의 협정이 국민들을 전쟁에 휩싸이게 하여 평화적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건강권·환경권 침해에 대해선 “사드 체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소음의 위험성은 전파법상 인체 보호 기준 등에 현저히 미달한다”고 봤다. 원불교도 주장에 대해서도 “종교 활동이 어려워진 건 군 당국의 후속 조치가 원인이지, 주한미군과의 협정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드 배치를 승인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주민들의 기본권이 전혀 제한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