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불법 카메라 유튜버 구속
전국 40여곳에 설치
“도주·증거인멸 우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전국 사전투표소와 개표소 중 40여곳에 불법 카메라가 설치됐다. 선거관리위원회나 행정관서 공무원이 아닌 미화원이 이를 찾아내면서 카메라를 설치한 유튜버는 구속됐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지난달 31일 40대 남성 A씨를 건조물 침입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이민영 인천지방법원 판사는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부산, 인천, 대구 울산 경남 등 이번 총선에서 사전투표소로 쓰일 40여곳에 몰래 들어가 카메라를 불법으로 설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범행 대상은 과거에 사전 투표소로 쓰이거나 개표소로 사용될 장소 등이었다. A씨는 카메라와 충전 어댑터가 연결된 기기에 특정 통신사 스티커를 붙인 뒤 설치했다. 외관상 통신장비로 위장한 것이다. IT 기기에 문외한 경우 무선 인터넷 중계기 등으로 오해할만한 장비들이다. 이러한 카메라는 정수기와 같은 집기 옆에 설치돼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투표소나 개표소 내부를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장비는 투·개표소 장소를 관리하는 행정관서가 선관위 직원에 의해 적발된 것이 아닌 미화원이 청소 중 발견한 것이다. 지난달 말 미화원은 청소를 하다가 이상한 카메라를 발견해 해당 행정관서에 알렸고, 곧바로 불법 카메라인 것을 확인했다.
인천과 부산 양산 사전투표소에서 불법 카메라 의심 장치가 발견된 후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8일 전국 지자체에 사전투표소 일제 점검 등을 지시했다. 40여곳에서 불법 카메라 의심장치를 찾아냈는데, 대전 등에서는 추가로 또 불법 카메라 의심 장치가 발견됐다.
문제는 이 카메라가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튜버로 활동하던 A씨는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난해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사전투표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개표 인원과 자신이 설치한 카메라 영상 속 투표 인원이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하는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A씨는 취재진이 카메라 설치 이유를 묻자 “사전투표 인원을 점검해 보고 싶었다”며 “사전투표가 본 투표와 차이가 크게 나서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선관위가 사전 투표을 조작하는 것을 감시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진술한 범행 장소 중 카메라가 발견되지 않은 곳은 행정당국과 협의해 수사를 하고 있다. 또 A씨 외에도 다른 유튜버 등이 불법기기를 투·개표소 예정지에 설치했는지를 확인 중이다.
경찰은 경남 양산에서 A씨와 동행한 유튜브 구독자 B씨에 대해서도 범행을 도운 혐의로 입건해 조사중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