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초구 대형마트 의무휴업 전환, 두달이 가져온 변화
서초구가 1월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2,4주)에서 평일로 변경하고 두달이 지났다. 그 사이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아무래도 마트 주변 골목상권 소상공인의 매출이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만큼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혹여 매출이 떨어지는 것인지 초장부터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었다. 골목상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보완할 점이 있다면 빠르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의무휴업일 변경 골목상권에 긍정적 영향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관내 대형마트 3곳(이마트 양재점, 롯데마트 서초점, 킴스클럽 강남점) 주변 골목상권 소상공인·점주 100여명을 대상으로 인식과 매출 변화 등을 설문 조사하는 중이다.
중간 분석 결과 시행 두달을 갓 넘긴 시점임에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이 인근 골목상권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소상공인 중 80% 이상이 매출이 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늘어났다고 답했다. 또한 유동인구가 이전보다 늘었다는 답변도 의미 있는 수치로 나타났으며 마트 의무휴업일 전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답변도 상당했다.
서초3동의 한 편의점주는 “일요일은 가족외식이 많아 오히려 편의점 손님이 감소하는데, 이젠 마트가 문을 열어서 일요일에도 직장인 주부 등 고객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양재동 말죽거리의 한 상인은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여는 게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규제보다는 지원을 통해 상생하는 게 맞다”고 반응했다.
대형마트가 일요일 영업을 하면 오히려 유동 인구가 증가해 주변 상권의 매출도 늘어나는 집객 효과가 서울에서도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해 4개월 동안 수십차례 대형마트와 중소슈퍼 측을 만나 중재하고 설득한 노력이 조금씩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 매우 감사하고 보람을 느낀다.
대형마트측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관내 한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평일전환 이후 방문객 및 객당 구매금액이 10%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서초구민뿐 아니라 인근 시·구에서 방문하는 손님들도 많이 보인다고 한다. 그야말로 소비자-중소상인-대형마트 모두에게 ‘윈-윈-윈’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서초형 상생모델’로 윈윈효과 기대
이번 설문조사 작업이 좀 더 구체화 되면 외부에도 공개할 계획이다. 기간이 좀 더 쌓이면 전문 리서치기관을 통해 주변상권 영향과 만족도 등을 분석·조사해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다.
서초구는 이번 정책과 연계해 ‘서초형 상생모델’을 가동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가격경쟁력과 좋은 품질, 마케팅 역량 등을 중소슈퍼와 공유하며 골목상권 활성화·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대형마트 유통망 공유사업’도 모든 준비를 마치고 5월부터 추진한다. 현재 서울에서는 서초구 동대문구 두 자치구에서만 마트가 일요일 문을 연다. 동대문구는 큰 전통시장이 많아 정책 여건이 더 어려웠을 텐데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드린다.
지금은 글로벌 온-오프라인 무한 경쟁 시대다. 과거 단편적 구도의 휴업일 규제는 현실과 맞지 않다. 서초구와 동대문구 성공사례가 서울과 전국에 확산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되도록, 그래서 모두가 ‘윈-윈-윈’ 할 수 있도록 계속 살피고 후속 조치를 챙기겠다.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