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승부처 ③ | 경기 성남시 분당구 갑
연륜·능력 내세운 잠룡들의 맞대결
이광재 ‘실력’ 안철수 ‘변화’
11개 여론조사 중 10개 박빙
거대 양당의 잠룡이 만났다.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모두 3선을 지낸 중진들이다. 이번 선거의 승패가 이들의 정치행보를 가르는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여론은 박빙으로 보인다. 1일 분당 서현역에서 만난 60대의 박 모씨는 “두 정당에서 거물들이 나왔는데 결국은 인지도 싸움이 아니겠느냐”면서 “박빙이라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했다.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안 후보의 상대가 이 후보로 결정된 이후 실시된 분당갑 여론조사 11번 중 10번이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에 머물렀다. 사실상 승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5번의 조사에서는 오차범위를 벗어난 수준에서 안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섰다.
이 후보의 버팀목은 정권심판 여론이다. 선거구도(총선 프레임)에 대한 5번의 질문에서 모두 정권심판론을 지지하는 유권자 비율이 정부지원론을 지지하는 비율보다 높게 나왔다. 다만 정권심판 정서가 전국 평균에 비해 다소 낮아보였다. 대부분 차이가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차범위를 벗어나 유의미하게 해석된 건 한 번뿐이었다.
분당 지역은 대체로 보수성향이 강한 곳이다. 분당 선거구가 갑을로 나뉜 2000년 이후 보궐선거까지 7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은 단 한차례 이기는 데 그쳤다. 김병관 후보가 2016년 처음으로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하지만 김은혜 후보가 2020년 21대 총선에서 간발의 차로 이겼고 안 후보는 2년 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김병관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압승하며 ‘보수의 성지’임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거대양당의 거물이 맞붙는 만큼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판교역에서 만난 70대 민 모씨는 정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가리키며 “정치인들의 공약이나 뭘 해 주겠다는 얘기를 곧이곧대로 듣기 어렵고 각 정당에 전과자들이 너무 많아 어딜 쳐다보기도 싫다”면서 “안 후보는 안랩을 세웠고 이 후보는 강원도지사를 지냈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뽑아 준 만큼 현 정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새로운 분당, 더 큰 판교’를, 안 후보는 ‘분당판교, 미래한국 중심도시’를 캐치 프레이즈로 걸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실력’을, 안 후보는 ‘따뜻한 변화’를 앞세웠다.
1기 신도시 분당지역의 가장 큰 쟁점은 ‘재건축’이다. 가장 먼저 조성된 분당시범단지 아파트는 1991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30년이 넘었다. 이 후보는 ‘혁신도시 추진 경험’을, 안 후보는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표심에 호소했다.
2기 신도시 판교는 선거때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오가면서 지지를 보낸 대표적인 경합지역이다. 이 후보는 일과 거주를 동시 해결할 수 있는 판교 AI밸리 구축을, 안 후보는 IT전문가, 창업가를 내세우며 한국형 실리콘밸리 육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노무현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강원도지사, 3선 국회의원, 국회 사무총장 등 입법부와 함께 중앙행정, 지방행정, 입법행정 등 각 분야에서 고루 쌓은 경력을 제시하며 “여야를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추문이나 뇌물 받은 게 없고 군대도 다녀왔다”면서 “의사, 안랩 창업자와 경영자, V3을 만든 프로그래머, 지분 절반 기부, 카이스트 교수, 서울대 교수, 우리나라에서 3명밖에 없는 교섭단체를 만든 정치인 등 유능함과 따뜻함”을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