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과 함께 하는 총선이 되길
얼마 전 진행된 국가대표 축구경기에 우리 사회가 들썩였다. 전 국민적 관심 속에 치러지는 축구는 나라별 순위가 공개돼(대한민국 FIFA랭킹 22위) 경기내용뿐 아니라 그 순위 변화에도 관심이 많다.
축구에 나라별 순위가 있듯이 그 나라의 아동들이 잘사는지 나타내는 순위도 있다. 바로 ‘아동청소년 삶의 만족도’다.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학업에 대한 압박과 무한 경쟁 속에서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아동들도 점차 늘고 있다.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아동들의 삶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아동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지는 국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선거 공약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들여다보면 ‘아동’이라는 단어는 찾기 어렵다. 아동 공약은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범위도 매우 한정적이었다. 아이돌봄서비스 강화, 아동바우처 지급, 아동수당 확대가 대부분으로 아동을 돌봄과 보육의 대상으로 부모에게 귀속된 존재로 바라보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시장에 가서 상인들을 만나고, 대학교나 기업에 찾아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이 원하는 바를 공약에 포함시킨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동을 정책 대상자로 바라보는 것은 물론 아동 관련 공약을 수립할 때조차 아동들의 의견을 듣는 데 인색하다.
아동들이 만든 공약, 다양하고 구체적
필자가 몸담고 있는 초록우산은 2017년부터 아동들이 직접 공약을 만들어 정당 및 후보자에게 제안하는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아동들이 내놓는 공약들을 보면 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내용도 구체적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그간 축적된 아동들의 의견만 2만4721건에 달하는데 아동 자신이 매일같이 경험하는 일이다 보니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매우 현실적이다.
일례로 아동들은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이 아닌 다양한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싶어하고, 마약과 우울증 등으로부터 아동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지역사회에 아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아동참여기구는 많이 생기고, 노키즈존처럼 아동을 차별하는 공간은 없어지기를 바랐다. 들쑥날쑥한 아동정책을 전담하는 국가기관 또는 아동과 관련된 법을 총괄하는 ‘아동기본법’이 생겨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입체적이기에 단조롭고 평면적인 정책들로는 아동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힘들다. 아동들의 삶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당사자인 아동들의 목소리를 수렴한 공약이 필요한 이유다.
선거를 엿새 앞둔 지금, 거리에서 들리는 ‘국민의 삶을 우선하겠다’는 말 속 ‘국민’의 범주에 ‘아동’이 포함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국가가 아동을 위해 얼마만큼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 국회가 아동을 위해 어떤 공약들을 이행하는지, 아동들의 목소리는 담겨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아동 위한 투자,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일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아동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닌 아동들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심사숙고해서 정책을 만들고 아동을 위해 다방면으로 투자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채희옥 초록우산 아동옹호본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