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통화, 국가간 무역·금융거래 획기적 변화오나
BIS, 한은 등 7개국과 ‘아고라’ 프로젝트
거래 시간·비용 획기적 개선 가능성 기대
국내선 올 하반기 10만명 대상 실제 거래
디지털통화(CBDC)를 통한 국가간 무역 및 금융거래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기술적 문제와 각국간 거래 관행 및 제도의 차이를 넘어 보편화한다면 연간 수십조달러에 이르는 무역 및 금융거래에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는 지난 3일 한국은행(BOK) 등 7개 국가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국가간 지급결제 개선 계획인 ‘아고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를 기반으로 민간은행의 예금을 디지털 기술로 토큰화해 이를 거래하는 새로운 금융결제시스템이다. 국내에서는 한은 주도로 올해 하반기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실험할 예정이다.
BIS는 보도자료에서 “현행 국가간 지급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한다”며 “디지털 금융인프라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지급결제 플랫폼을 만들려는 계획”이라고 했다. BIS가 지적하는 현재의 ‘구조적 비효율성’은 국경을 넘어 국가간 무역 및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국가간 결제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주도하는 통신망을 기초로 중개은행을 통해 상대방 국가의 은행과 거래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며칠 또는 길게는 1주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고, 중간에 각종 수수료가 발생하는 등 비용이 적지 않다. 무역대금의 결제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될 경우 거래상대방의 도산이나 지불능력 상실 등의 위험도 있다. 현재 국가간 거래 과정에서 이러한 위험까지 고려해 다양한 신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결제의 시간차이는 이론적으로 다양한 리스크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과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거래가 모색되고 있다. BIS 신현송 조사국장은 “토큰화는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의 기록을 유지하면서 이를 이전하는 규칙 및 논리 기능을 결합했다”며 “현재의 것을 개선하고, 새로운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BIS는 지금까지 홍콩과 태국 등 일부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실험을 진행해 온 것을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 “통상적으로 며칠씩 걸리는 국가간 결제가 수초 안에 이뤘졌다”며 “이번 BIS실험을 통해 무역대금 결제 등 대규모 자금이동을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언제나 즉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프로젝트에 미국 뉴욕 연준과 프랑스 영국 일본 스위스 중앙은행 등 5개 기축통화국과 함께 한국과 멕시코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것에 주목했다. 한은은 “한국이 그동안 진행해온 토큰화된 예금을 활용하는 CBDC 연구와 개발의 성과를 국제사회에서 인정한 것”이라며 “한국이 주요 무역국이면서 IT 강국으로서 무역금융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고 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올해 하반기 본격 시행한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은행예금을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 바우처를 발행하고 이를 지정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