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일조량 부족 농산물 피해대책 요구
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구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산물 피해가 계속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을 중앙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12일 전국 지자체 상황을 종합하면 전국 지자체들이 일조량 부족에 따른 농산물 피해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수박을 생산하는 충남 부여군은 11일 “겨울철 일조량 부족으로 수정장애와 생육부진이 발생, 재배를 포기하거나 다시 씨를 뿌리는 농가가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저과중 수박 생산, 출하지연 등으로 5월 상순까지 수박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부여군에 따르면 현재 부여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농가는 1903농가다. 이들이 매년 수박 8만2000톤, 금액으로 780억원 가량 생산하고 있다. 부여의 경우 수박 수정시기인 2월 중순~하순 올해 강수량이 평년 대비 5배 늘었다. 반면 일조시간은 평년 82시간에서 79%p 줄어든 17시간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기상여건에선 꽃은 피지만 꽃가루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실제 수정률은 평년 95~98%에서 70~80%로 떨어졌다. 부여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수정이 되더라도 초기 15일 안에 수박이 많이 커져야 하는데 일조량 부족으로 저과중 수박이 무더기로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생산량 감소현상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일조량 부족현상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암묵적으로 지자체간 약속돼 있던 각종 농작물의 출하시기도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저장이 쉽지 않은 수박과 같은 농산물은 가격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이미 영호남 남부지역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준비하고 있다.
전남도는 전국 최초로 일조량 부족에 따른 농작물 생산량 감소를 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건의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까지 농작물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나주, 담양 등의 평균 일조시간이 133시간으로 최근 10년간 전국 평균 일조시간(177시간)보다 25%p 감소했다. 특히 2월에는 비가 15일간 내리면서 딸기 등 시설원예 작물에서 생육지연, 기형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광주광역시는 피해 현황에 따른 복구계획 수립에 나섰다. 복구계획이 확정되면 농약대(농약살포가 필요한 경우) 기준으로 채소류는 ㏊당 240만원, 과수류는 ㏊당 249만원의 재난지원금을 각각 지급할 예정이다.
경남도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피해규모를 1270㏊ 정도로 보고 40억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 역시 평년보다 강수량은 92㎜ 많았고 일조시간은 78시간이 줄었다.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는 “이상기온과 경영비 부담을 이중으로 겪고 있는 농가를 위해 조속히 이들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농가를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운·방국진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