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선 도로에 차량 대신 사람·식물·책 가득
노원구 탄소중립 실천 ‘차없는거리’
이색 휴식 더하고 행사지침도 마련
“4월 중순밖에 안됐는데 오늘 낮 기온이 27도에 달합니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기온입니다. 우리가 자초한 일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해로 복판. 초록색 손수건을 목에 두르고 해바라기와 녹색 우산, 식물 화분을 든 주민 100여명 사이로 오승록 구청장이 무대에 올랐다. 오 구청장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실천은 어렵지 않다”고 운을 뗐고 주민들은 “탄소중립 선도도시, 노원은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록색 손수건과 화분 우산은 탄소흡수원을, 해바라기는 햇빛을 상징한다.
이날 차량으로 북적이던 7차선 도로가 커다란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자동차 대신 사람과 식물 책 자전거가 도로를 채웠고 주민들은 다양한 주제로 꾸며진 공간을 오가며 봄을 만끽했다. 노원역 일대 555m 구간에서 펼쳐진 ‘차 없는 거리’ 행사 모습이다.
15일 노원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차 없는 거리’를 개최했다. 지역 핵심 상권을 품은 거리에서 탄소중립 가치를 공유하고 일상 속 색다른 휴식을 경험하도록 기획했다. 지난해 가을 탄소중립구민회의를 발족하고 첫 행사를 열었는데 7만6000여명이 찾았다. 구 관계자는 “찻길에서 시민들이 놀고 쉬면서 자동차 중심 사고를 점차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하루쯤 도로를 막아도 생활이 가능하다. 도로를 자동차로 달리기보다 자전거나 걷기로 이용하자는 인식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은 크게 5개 공간으로 나눴다. ‘이색 힐링’ ‘자전거 문화’ ‘북페스티벌’ ‘벼룩장터’ ‘탄소중립으로 화목(花木)한 노원’이다. '탄소중립…'은 주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탄소중립에 동참하도록 구성했다. 재미있게 탄소중립을 배우는 체험부스가 주민들 발길을 붙들었다. 쓰레기 분리수거 지식을 겨루는 자석놀이, 태양광 판에 햇빛을 받으면 바람개비가 도는 에너지제로하우스 만들기, 분리수거한 병뚜껑으로 즐기는 컬링 등이다. 전력을 사용하지 않은 나무놀이터, 분필로 도로에 그림그리기 등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즐겨 찾았다.
자전거 문화체험은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의 특별한 모습들을 소개하는 공간이었다. 여럿이 함께 회전목마처럼 달리거나 바퀴를 굴려 솜사탕을 만드는 자전거 등이다.
이색 힐링 체험공간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멍 때리기 대회’다. 90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기’ 경쟁을 하는 행사다. 주민들은 “불안감에서 잠시 벗어나 재충전하고 싶다”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잠시나마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싶었다”고 참가 사유를 밝혔다.
‘똥’을 주제로 한 북 페스티벌, 주민 400여명이 함께하는 벼룩시장까지 즐길거리가 풍성했다. 구는 탄소중립과 이색 휴식이 어우러진 잔치를 10만명 이상이 즐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원구는 사전·사후 점검을 통해 행사 자체도 ‘탄소중립’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행사에 사용하는 물품을 최소화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동시에 참여자들에게도 동참을 권고하는 방식이다. 구는 현장평가 설문 등을 거쳐 내년부터는 전체 행사에 적용할 방침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차 없는 거리를 통해 자동차를 비우고 사람이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노원구의 앞선 발걸음으로 도시형 탄소중립 모범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