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육박…당국, 외환시장 개입 나서나
한국은행 “시장안정화 조치 적기 시행”
2년 전 1400원 안팎서 330억달러 매도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당국의 시장개입 가능성이 나온다. 이번 주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80원대를 돌파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도 마냥 지켜만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환율 변동성이 더 이상 커지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15일 오전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갖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국내외 외환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자리에서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4일 대외경제점검회의에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정부의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이 최근 시장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고, 언제라도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15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85원 안팎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이맘 때 1320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것에서 60원 이상 상승한 것으로 변동폭이 4~5%에 이른다. 환율이 달러당 1380원을 넘어선 것도 2022년 9월 초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다만 최근 환율 급등은 우리나라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 연준(Fed)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인하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일본 엔화도 달러당 153엔을 넘어서 올해 초 대비 8% 가까이 환율이 상승하는 등 전세계 모든 통화가 강달러에 변동폭을 키우고 있다.
외환시장 변동성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중동정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 공언대로 변동성이 커질 경우 어느 시점에 외환시장에 개입할지 주목된다. 환율이 급변동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내다팔고 원화를 매입하는 안정화조치는 환율조작 등의 논란이 있어 사실상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설명회에서 “기본적으로 특정 레벨의 환율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환율이 어느 정도수준까지 올라야 시장에 개입한다는 별도의 정해진 공식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최근 수년간 우리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매도했던 흐름을 살펴보면 최근 외환시장 흐름이 시장안정화 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한은이 사후적으로 공개하는 ‘외환 순거래액’ 추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달러당 1300원대 후반, 특히 1400원 안팎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매 분기 발표하는 ‘시장안정화를 위한 외환 순거래액’ 추이를 살펴보면,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를 넘나들던 2022년 2분기(-154억9000만달러)와 3분기(-175억4300만달러)에 집중적으로 달러를 매도했다. 한은은 2022년 한해만 458억6700만달러를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아치웠다. 이 영향으로 2022년 평균 외환보유액은 4231억달러로 전년(4631억달러)에 비해 400억달러 감소하기도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