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96% “세월호 관련 교육 필요”
전교조, 교사 인식 조사
76% “수업 지원 없어”
교사 10명 중 9명은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세월호 참사에 관한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보장해주지 않고 민원에 대한 염려 등으로 세월호 참사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이달 9일부터 15일 정오까지 전국 유·초·중·고교나 교육행정기관에 근무하는 교사 9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교사 인식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동안 학생들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6.6%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야기 방식’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는 79.1%가 ‘개인적 차원에서 수업 및 교육활동’이라고 답했다. 이어 △조종례 시간 등을 활용한 훈화(35.1%) △학교차원에서 수업 및 교육활동(32.0%) 등의 순이었다.
반면 13.4%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5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수업시간에 다루기 민감한 주제라서(43.8%) △민원에 대한 염려(35.9%), ‘교육당국 및 학교 관리자의 반대’(4.7%)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95.9%는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4.16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육당국과 학교가 4.16수업을 지원하고 보장하냐’는 물음에는 76.4%의 교사들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4.16수업이 필요하다는 교사들의 인식과는 상반된 현실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은 ‘학교수업에 참사 관련 교육자료 제공 및 수업 안내’ ‘교육부 차원에서 각 학교에 4.16 계기교육을 하도록 의무화’를 제안했다. 교사 개인의 계기 교육에 대한 민원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각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안전 대책 중 △생존수영 교육 의무화 △체험학습 및 수학여행 요건 강화 △참사 피해자를 위한 명예졸업 학적부 신설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안전 교과 설치 △국민 안전의 날 및 안전 주간 운영 △안전 관련 교사 법정 의무 연수 확대 등의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 응답 비율이 높았다.
한편 세월호 참사는 교사들의 교육 철학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81.9%가 ‘교육 철학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주관식 답변에서 ‘입시에 치중하기보다는 한 사람의 존재와 성장을 지원하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게 됐다’ ‘아이들에게 일방적 지시를 내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른들의 지시가 무조건 옳을 거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라고 가르치고 스스로 판단하고 바르게 비판하는 힘을 기를 것을 가르치게 됐다’고 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