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석 ‘속도전’…‘채상병 특검’ 분수령
국회·당직 개편 ‘선명성’ 위주
총선민심 앞세워 싹쓸이 구상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속도전’ 방침을 굳혀가는 양상이다. 22대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다수당 우선 원칙’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회의장은 물론 운영위원장, 법사위원장도 다수당인 민주당 몫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절대과반 의석을 몰아준 총선민심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5월과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새 지도부 구성도 ‘선명성’을 기준으로 정할 공산이 크다.
총선 대승 이후 민주당 안에선 ‘균형’ 보다는 힘을 바탕으로 확실한 정국주도권을 쥐고 가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과반이 훌쩍 넘는 압도적 의석을 갖고도 제대로 된 견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크게 작용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이 정권에 대한 확실한 견제권을 통해 국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 요구”라며 “머뭇거리지 말고 총선민심을 따르는 것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까지인 이재명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빠르게 부상하는 것이 상징적이다. 가능성 차원이 아니라 추대 움직임으로 가고 있다. 4.10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복귀하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라디오인터뷰에서 “총선에서 국민은 이재명을 신임하고 그 리더십으로 총선승리를 가져왔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원한다면 대표직을 연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근인 정성호 의원도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통합을 확실히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라며 “(대표 연임이) 나쁜 카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사실상 정리된 상황에서 이 대표 결심에 따라 8월 전당대회에서 추대형식으로 연임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인식은 다음 국회 원구성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상임위 구조에서 법사위원장을 다수당인 민주당이 맡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운영위원장도 다수당이 맡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총선민심”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전제로 했지만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되찾아 온다는 방침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직을 넘긴 후 민주당 주도의 각종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전례와 특검법·검찰개혁법 등 22대 국회 주요 과제로 정한 법안 처리를 위한 선결과제로 정한 상태다. 김용민 의원은 SNS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는 것은 총선 민심을 충실히 받드는 시금석”이라고 적었다. 당 안에서는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한 후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은 물론 18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하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오는 5월 초로 예상되는 ‘채 상병 특검법’ 처리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21대 국회 본회의 표결의지를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5월 안에 재의결까지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2대 총선 여당 당선자들도 특검에 동의하고 있는데 특검 반대나 표결 지연이 여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어떤 입장과 선택을 하느냐에 22대 국회 출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17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총선이 끝났고 국민 판단도 명백하게 드러났다”면서 “그런데 어제 대통령의 말씀을 들은 다음부터 가슴이 막히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인과의 통화내용을 전하며 “(총선 이후) 마음의 준비를 더 단단하게 하고 안전벨트를 준비해야 될 것이라고 하더라”면서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