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먹고 배탈” 9000만원 ‘꿀꺽’ … ‘장염맨’ 구속
전국 자영업자 400여명 협박 사기
4년 전부터 악명 … 출소 후 되풀이
맛집으로 통하는 식당에 전화를 걸어 “거기 음식 먹고 배탈이 났다”고 속여 합의금을 가로챈 사기꾼이 붙잡혔다.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까지 전국의 식당·카페·반찬가게 등 418명의 업주가 ‘장염맨’으로 불린 피의자에게 9000여만원을 뜯겼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7일 “식당 업주 등을 협박해 보상금을 뜯어낸 A씨(39)를 지난 14일 구속(사기·사기미수 혐의)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간 전국 식당·카페·반찬가게 3000곳에 전화해 “식사 후 배탈·설사에 시달렸다”는 거짓말로 업주를 협박했다. 지난해 10월 1일 강원 강릉시 한 식당에 전화를 걸어 “일행과 식사했는데 장염에 걸렸다. 보상해 주지 않으면 ‘영업정지’를 시키겠다”고 겁준 뒤 계좌로 200만원을 이체받았다. 서울·전북·경기·인천 등 ‘장염맨’의 협박을 받은 업주 가운데 418명은 10~200만원을 보상금 명목으로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경찰에서 “스마트폰으로 ‘지역 맛집’을 검색한 뒤 불특정 다수 식당에 전화했고, 범행 후 전화기 전원을 껐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하루 10~20곳의 식당 등에 전화를 걸어 2~3곳에서 합의금 등을 받았고, 갈취한 돈 대부분은 성인 PC방에서 불법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4년 전에도 비슷한 범행을 벌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장염맨’으로 불렸다. A씨는 본인이 이용하는 성인 PC방 업주 명의 통장을 빌려 보상금 등을 송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2022년 1월까지 13차례에 걸쳐 45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돼 2022년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경찰관계자는 “휴대전화로 지역 맛집을 검색해 범행대상을 선정해 전화했고, 야간에는 휴대전화 전원을 꺼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면서 “피해업소에서 음식을 먹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요구가 있을 때 식사한 날짜와 시간, 영수증 등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음식점 CCTV 등 자료를 먼저 확인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