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전 본격화…치열한 3파전
‘나철호·이정희·최운열’로 압축 … 40대 이하 회계사 비중 75%
청년층 공략 … 회계법인 중 46% 차지하는 ‘빅4’ 표심도 관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6월19일)가 후보등록 한 달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년 중 회계사들이 가장 바쁜 감사시즌이 끝나면서 출마자들이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다.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선 출마자는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나다순)으로 사실상 압축됐다. 내달 20일로 예정된 후보등록 시점에 새로운 출마자가 나올 수 있지만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정희 회장은 최근 지방을 다녀왔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회계사들을 만났으며 중소형 회계법인 회계사, 여성·청년 회계사 등과도 소규모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다. 최운열 전 의원은 대형 회계법인인 빅4 대표들을 모두 만나서 지지를 호소했다. 최근 청년회계사회 대표를 만났고 다음 주에는 여성회계사회 대표와 면담 일정을 잡았다. 최 전 의원은 지방회계사회 방문과 해당 지역 회계사들과 만나는 일정을 짜고 있다.
나철호 대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회계법인들을 방문하고 회계사들을 만나면서 접점을 확대해왔다. 나 대표는 지난 2022년 선거에 출마, 현직 회장(김영식)을 상대로 패배하기는 했지만 40.5%의 득표율을 올리면서 차기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선거전이 본격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어느 후보가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각 후보들을 본인들의 강점을 내세워 지지층을 확보해가고 있다.
나 대표는 2016년부터 4년간 공인회계사회 감사를 맡았고 2020년 부회장에 선출됐다. 2022년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등 3명의 출마자 중 선거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지난 선거에서 청년 회계사들의 지지가 두터웠던 만큼 이번 선거에서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나 대표는 1972년생으로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정희 회장(1960년생)과 최운열 전 의원(1950년생)에 비해 젊다는 점도 청년회계사들에게 우호적인 판단 요건이 될 수 있다. 전체 공인회계사 2만5084명(지난해 3월 기준) 중 40대 이하 비중은 75.4%에 달한다. 청년층의 표심에 따라 판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출마자들의 공약도 이들을 공략하는데 집중될 전망이다. 나 대표는 “청년회계사들에 대한 지원과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며 “수습회계사들의 대면 집합연수를 되살려서 동기들 간에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인재양성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나 대표가 지난 선거에서 얻은 투표율이 이번 선거에 그대로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선거는 현 회장과 나 대표의 양자 구도로, 현 회장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회계사들이 나 대표에게 표를 몰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나 대표가 인지도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이번 선거는 3명이 출마하는 만큼 표계산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대형 회계법인인 빅4가 지지하는 후보가 누가될 것인다. 전체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1만4805명이며, 빅4 비중은 46.1%(6822명)로 압도적이다. 전체 회계사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1%로 높다. 김영식 현 회장은 삼일회계법인 대표로 선거에 출마해 빅4 등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빅4 중 한곳인 딜로이트 안진의 이정희 회장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 회장은 빅4 대표를 지냈다는 장점에 안주하지 않고 중소형 회계법인, 지방 회계사들과의 만남을 늘리면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그는 “많은 분들을 만나서 제가 가진 문제의식 전달하고 그분들의 주문 사항과 공인회계사회에 대한 평가 및 기대, 희망사항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982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1983년부터 안진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출마자 중 회계업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경험을 쌓으면서 현안에 밝고 대형조직을 이끌었던 경험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최운열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출마를 결심했으며 가장 늦게 선거전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향후 공인회계사회장으로 선출될 경우 민주당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강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의원 임기 동안 회계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설계하고 입법화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회계개혁을 중단 또는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차기 공인회계사회장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최 전 의원은 외풍을 막아내겠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의원은 일부 중소형 회계법인들의 대표들과 서강대 교수로 근무할 당시 제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의원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971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30년 가량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일각에서는 최 전 의원의 나이가 많고 업계에서 실무경험이 없다는 점을 불리한 요소로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전 의원은 “빅4 또는 중소형 회계법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입장에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실무적인 면은 부회장단 구성때 실무에 뛰어난 분들을 모시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과 정부·국회 관계에서 공약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