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잡아라…지자체 구장 확보 골머리
서울 파크골프 동호인 급증
부지 부족, 스크린 연습장도
지하철 타고 지방 원정까지
급증하는 파크골프 수요에 대응하느라 지자체들이 분주하다.
18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들은 최근 파크골프 인기가 치솟고 동호인이 급증함에 따라 구장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중랑구는 지난 15일 중랑구립파크골프장을 개장했다. 9홀 8248㎡ 규모로 월릉교~이화교 사이 중랑천 둔치에 조성됐다. 관악구도 올해 14억원을 확보해 구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관악산 부근 공원부지에 조성할 계획이다.
부지가 마땅치 않아 골머리를 앓는 곳도 있다. 도심에는 파크골프장을 지을 땅이 없어 대부분 하천변 둔치를 활용하지만 이마저도 마땅치 않은 자치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은평구는 대안으로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계획 중이다. 동호인들의 요구가 많아 외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3~4곳 스크린연습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크골프는 일반적으로 9홀 구장을 필요로 하며 4인 1조가 되어 경기를 진행한다. 골프에 비해 게임이 수월하고 비용이 저렴해 인기다. 1인당 1000~2000원, 비싸도 5000원에 3시간씩 경기를 할 수 있다. 장비도 간단해 운동과 여가를 즐기려는 노년층 주민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파크골프 인기는 회원 수로 나타난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매해 30% 이상 증가율을 보이고 증가세는 빨라지고 있다.
파크골프 인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동호인들 입김은 정치권까지 움직인다. 지난 3월에는 대구에서 대통령기 파크골프 대회가 열렸다. 각종 스포츠 종목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통령기’를 가져올 정도로 동호인 수가 많아지고 파워가 세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부족한 경기 시설이다. 전국 동호인 수가 협회 추산 25만명에 달하는 데 구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구장이 매우 부족하다. 전국에 398곳이 있는데 서울엔 공식 구장이 13곳뿐이다. 구장이 부족하니 예약과 신청이 봇물을 이룬다. 최근 개장한 중랑구 파크골프장은 3주 단위로 예약을 받는데 개장 전 이미 80%가 찼다.
구장 건립 요구가 빗발치자 서울시도 나섰다. 시는 7곳을 새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을 비롯해 강남구 양천구 동작구 강동구 동대문구 노원구 등도 부지를 확보했다.
업계 에 따르면 서울시내 파크골프장 이용객은 연인원 100만명에 달한다. 한곳당 연간 8만여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설이 부족해 지하철을 타고 지방까지 원정을 다니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르신 여가 문화 확산을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파크골프 동호인은 급증하는데 경기 시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어르신은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인 만큼 정부 지자체 등이 나서 구장을 더욱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